"25년 만의 공항길"
터지기 직전 풍선 같은 가슴
귀에는 고장 난 스피커처럼
시끄러운 심장소리
호흡은 불규칙해지고
시린 손은 떨려오고
페달을 밟는 발은 저려오는
온몸 곳곳에 전율이 도미노
나는 지금 너를 데리러 공항으로 가고 있어
너는 어떤 모습일까
너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는 꼭 안아줄까
우리는 눈을 마주칠까
우리는 닮은 모습일까
우린 같이 눈물이 흐를까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나는 너를 데리러 공항으로 가며 생각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왜 너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
내가 지워져야 했을까
왜 이토록 오래 아팠을까
왜 너의 모든 아픔 외로움
내가 토닥여 줄 수 없었을까
왜 비슷한 모습의 우리는
그렇게도 멀리 있었을까
나는 너를 공항에 데리러 가면서 계속 되물어
또다시 눈물이 너를 먼저 마중 나와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눈에 꼬옥 힘을 주어봐
눈이 빨갛고 부어버리면
미운 모습에 실망할까 봐
난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어
눈물을 촉촉하게 머금으려고
나는 너를 데리러 공항에 거의 다 와가
무슨 말을 먼저 할까
이제 훌쩍 커버려 어른이 된 너를
나는 다섯 살 모습밖에 생각이 안 나서
나는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수백 번도 넘게 연습해 상상해
혼잣말로 소리도 내보고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너를 드디어 만나러
나는 너를 데리러 지금 공항에 가고 있어
지금 내가 우는 건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은
지난 25년의 슬픔이 아니야
이제 드디어 너를 품에 안을 수 있는
벅찬 감동 기적 기쁨의 눈물이야
나는 지금 너를 데리러 공항에 가고 있어
공항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너의 도착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여서, 공항 터미널까지 걷고 있는
나는 현기증이 나서 호흡을 가다듬어
매일 맞이하던 햇살은 축복 플래시
공항의 찬 공기는 상쾌한 긴장감
공사 중이라 돌아가는 먼지 쌓인 길목도
내겐 가장 행복한 공항 지름길
나는 드디어 너를 만나러
너를 데리러
25년 만에 공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