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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lie Oct 22. 2024

|없는 집 딸|

   "아니 귀한 집 딸"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었지만

네다섯 발자국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그 두 사람의 대화

"그렇게나 돈이 없대? 왜?

그 집 아버지는 뭘 하길래,

얼마 하지도 않는 등록금을 아직도 못 낸데?"




다음날 아침 밥상, 막내인 나는

칠판에 등록금 안 낸 사람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며 울며 불며

떼를 부려서 일단 제일 먼저 내준 등록금,

오빠는 논리적으로 부모님께 설명하여,

다음날 급히 빌려온 돈으로

두 번째로 내준 등록금



너무 일찍 철이 든

그리고 집안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속이 너무도 깊었던

착하디 착한 울 언니는

며칠뒤 아침 밥상에서

아무 말 못 하고 그 큰 눈에서

알사탕만 한  눈물방울들이

콩나물국위로

소나기...




매번 등록금철이 되면

칠판에 노란색분필로 우리 이름 세 글자가...

없는 집 딸이 되어버린 나와 언니는

없는 집 딸이 아니라

귀한 집 딸이었는데...



귀한 집 딸들의 등록금을 제때

못주어서 가슴 미어지시던

착하디 착한 울 귀한 엄마의

귀하디 귀한 딸들



부잣집 만석꾼 양반가의

귀한 집 외동딸 우리 엄마의

귀하디 귀한 딸들

없는 집 딸은 어디에도 없으니

이 세상 어디에도....



**이미지: Pexel,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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