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했잖아"
원래 그렇게 잘 못하는 데도
몇 번을 마음속으로 연습을 하고
또 그러고도 몇 번을 망설이다가
드디어 말했잖아 차분하게
아. 니. 야.라고 또박또박 천천히
그리고 많이 미안하다고
정말 고맙지만 난 아니라고
한번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소리 내어 거절의 뜻을 밝히는 것이
내게는 진짜 큰 결심이
필요한 정말 "아니요"였었는데
너는 나의 첫 번째 아니오는
그저 한번 튕겨보는 것이니까
또 삼세번을 해야 남자라며
나의 아니오를 믿지 않았지
아니 믿고 싶지 않았었던 거겠지
부탁했잖아 진심으로 정중하게
나의 학교 앞에서 나의 일터에서
또 집 앞에서 제발 기다리지 말라고
나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너는 내가 그저 또 한 번
좋으면서도 거절하는 척한 것뿐이라고
얼굴 값 하는 것이라고
나의 두 번째 아니오를
또 무시하며 믿지 않았지
자신의 오기를 또 무서운 집착을
남자다운 용기라 확신했지
너는 나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와 같이 걸어오던
내가 좋아하는 나의 그에게
맥락도 없이 성난 듯 갑자기 달려와
나의 그의 멱살을 잡으며
누구냐고 소리치며
세차게 벽으로 밀쳐버렸지
마치 네가 진짜 나의 그인 척…
당황한 나의 그에게
너는 네가 나의 애인이라며
언제부터 대체 나와
바람을 피우냐고 했지
나는 이미 나의 그에게
너에 대한 고민 말을 했었는데
너의 그 한마디에
그가 멈칫하는 바로
그 몇 초의 순간을 보고 말았지
네가 나를 지칭한 말이라니
내가 바람둥이라니
그의 일각의 멈칫, 그 순간 이후로
나는 나의 그를 더 이상
사랑할 수도 믿을 수도 없어졌지
나는 내가 믿었던 그의 전화를
더 이상 받지 않았지
너는 그러고도 절대로
나의 세 번째 아니오를 믿지 않았지
잡에 오는 길이 무서워졌었지
그리고 학교에는 소문이 퍼져갔지
내가 바람둥이라고...
**이미지: Pexel,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