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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Oct 31. 2024

버리는 습관

준비자세

버스 창가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니 기억들이 필름처럼 눈앞에서 일렁입니다. 어느새 풍경은 보이지 않고 영화 한 편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누군가에게 상처 줬던 기억, 누군가를 미워했던 기억, 만남의 기억, 이별의 기억, 사랑의 기억, 상처받았던 기억.

아마도 내 안에 남겨두었던 짐들 이겠지요. 버스는 이리 열심히 달려가면서 종착지에 도착하는데 저는 아직 그대로인걸 보니 내게 남겨두었던 것들이 무거웠나 봅니다. 그래서 계속 제자리에서 방황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좀 버리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몸도 썩은 곳이 있으면 더 이상 썩지 않게 잘라 내듯이 마음의 썩은 곳 또한 방치하면 독이 퍼지니 도려 내야겠지요.

육상 선수들을 보면 최대한 빨리 달리기 위해 최소한의 편안하고 가벼운 것들만 남기고 모든 걸 내려놓고 뛰어갑니다. 오직 마음가짐만 가지고요.

이제는 좀 버리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집에 있는 필요 없는 물건들, 옷들, 지저분한 머리카락들, 고슴도치처럼 나 있는 수염들, 마음에 쾨쾨하게 묵혀두었던 무거운 짐들. 너무 많은 욕심은 오히려 짐이 됩니다. 무거운 욕심들을 하나둘씩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이때까지의 나에게 미안한 만큼, 신경 써주지 못한 만큼 버리고 달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버려내면서 가볍고 깨끗하게 남겨둬야지 다른 것들도 넣어둘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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