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연수이야기2

by 투삶

린하이에서의 두 달 — 일상 속에서 배운 중국

중국 린하이시에 온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간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중국어(보통화)는 더디게 늘고, 이곳 사투리인 *임해화(临海话)*는 마치 외계어처럼 들린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 믿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최근엔 외사반과 린하이시 라디오 방송국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5월부터 린하이 시민을 대상으로 하루 10분씩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 한국인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태양의 후예*의 인기로 한류를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지만, 내 부족한 중국어 실력이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시도는 해보려 한다. 새로운 문화는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청명절의 의미를 배우다

4월 초, 외사반 소속으로 강남가도 인근에서 산불근무를 섰다. 우리나라의 식목일인 4월 5일은, 중국에서는 ‘청명절(清明节)’이라 불리는 전통 명절이다. 봄이 완연해지고 하늘이 맑아지는 시기라 ‘청명(清明)’이라 한다.
청명절은 중국 5대 명절 중 하나로, 대부분의 중국인은 이때 조상의 묘를 찾아 산소를 돌보고 *지전(紙錢)*이라는 종이돈을 태워 조상을 기린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전통 때문에 도시 외곽에는 종이 태운 흔적과 연기가 자욱하다. 외국인의 눈에는 조금 낯설고 어수선하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세대를 잇는 ‘기억의 의식’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안다.

린하이시에서는 청명절에 ‘청단(青团)’이라 불리는 초록빛 떡을 먹는다. 쑥즙 같은 풀과 찹쌀을 섞어 팥소를 넣은 것으로,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제 입맛에도 꼭 맞았다.
이 시기의 고속도로는 무료로 개방된다. 명절에 가족을 찾아가고 돌아오는 이들을 위해서다. 다만, 아직 하이패스는 없고 고속도로에 가로등이 없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밤마다 춤추는 도시

린하이시에 와서 가장 부러웠던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광장무(广场舞)’다.
이곳에서는 저녁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나 춤을 춘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매일 7시부터 9시까지 음악이 울려 퍼진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대열에 서서 춤을 즐긴다. 술기운이 조금은 있어야 춤을 추는 우리와 달리, 이들은 음악이 있으면 그저 몸을 맡긴다. 비가 오는 날이면 건물 처마 밑에서도 춤을 춘다. 춤은 여가이자 건강이자, 삶의 리듬이었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사람들

4월 중순부터는 문화국 산하 비물질문화유산보호센터로 근무지를 옮겼다.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청’과 비슷한 곳으로, 단 세 명이 린하이시의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있다.
린하이시에는 국가급 무형문화재 2개, 성급 18개, 시급 41개를 포함해 총 122개의 무형문화재가 있다. 직원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책을 낸 전문가들이었다. 점심에도 도서관에서 문화재 관련 서적을 읽는 모습에 그들의 열정을 느꼈다.
나는 그 옆에서 한국인을 위한 중국어 교재를 찾아봤지만, 한 권도 찾지 못했다. 작은 좌절이었지만, 그들의 전문성과 몰입은 충분히 배울 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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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도시와 전기차의 미래

린하이시 시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전기버스’다. 관공서의 시범운행 수준에 머무른 한국과 달리, 이곳은 이미 전기버스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평탄한 지형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은 내연기관차를 넘어 전기차 시대를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2020년에는 5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삼고, 2025년에는 전체 차량의 20% 이상이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대기오염 해결’과 ‘산업 주도권 확보’를 동시에 노리는 계산이다. 우리에게도 전기차 개발과 충전 인프라 확충이 더는 선택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茶)의 나라에서

린하이의 *양암산(阳岩山)*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녹차 산지다. 4월이면 녹차 축제와 함께 자전거 힐클라이밍 대회가 열린다.
중국인들의 차 사랑은 유별나다. 회의실, 거리, 공원 어디서나 사람들이 각자의 찻병을 들고 다닌다.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지만 살찌지 않는 이유를 ‘차 덕분’이라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나도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루에 몇 번씩 뜨거운 차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고, 속이 한결 편해졌다.

중국의 차 문화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녹차·홍차·청차·백차·화차 등 다양하며, 지역에 따라 즐기는 차의 종류도 다르다. 이곳 저장성에서는 녹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데, 그중에서도 서호 용정차와 린하이 양암산 녹차가 유명하다.
처음엔 예절을 몰라 연이어 10잔을 들이켰다가 배가 불러 고생한 적도 있다. 나중에야 알았다. 중국에서는 손님이 컵을 비우기 전에 계속 물을 채워주는 것이 ‘예의’라는 걸.


린하이시에서 배운 것

린하이시는 거대한 도시지만 사람들의 삶은 세밀하고 따뜻했다. 전통과 현대, 도시와 자연이 섞여 하나의 리듬처럼 움직인다.
이 두 달 동안 나는 ‘일’을 넘어 ‘삶’을 배웠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언어보다 태도였고, 문화를 이해하는 첫 걸음은 편견을 내려놓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나 역시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전해주고 싶다. 서툴더라도,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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