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나는 중국 린하이시에서 조금은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린하이시 댐이민관리국 — 이름만 들어도 공무적인 기운이 가득한 이곳은, 사실 현장은 그보다 훨씬 더 생생했다. 댐과 관련된 자금의 계획부터 집행, 감독까지 모든 과정을 맡는 부서. 총 10명의 직원들이 마을을 오가며 촌장과 서기, 지역 공무원과 머리를 맞대고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책상 앞보다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곳이다.
마을 공공사업에는 ‘3공 원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공개, 공포, 공평. 사업에 쓰인 모든 내역은 마을게시판에 걸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그 사이에는 특유의 공산당 문화가 깃들어 있다. 마을 사람들의 공산당 활동 성적표가 이름과 순위까지 함께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과 집단적 열정을 실감했다. 조금은 강제적인 듯 보이지만, 그 실적이 결국 마을 발전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10월 1일부터 7일, 중국 최대의 연휴 ‘국경절’ 기간엔 린하이시가 온통 축제 분위기에 잠긴다. 나는 인근도시에서 온 같은 처지의 연수생들을 맞아 린하이시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했다.
오래된 자양옛거리부터 신도심까지, 깨끗함과 조화가 함께 있는 도시를 걸으며 서로 다른 지역의 교류정책을 이야기했다.
이후 중국의 급속한 경제개발이 남긴 상처와 동시에 이들이 자연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1999년부터 시작된 ‘경작지를 숲으로’ 사업은 남북한을 합친 면적보다 넓은 숲을 만들었다. 휴폐농지와 척박한 땅 위에 심어진 나무들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중국이 찾은 균형을 보여준다.
린하이시에서 본 중·고등학생의 교복은 모두 운동복이었다. 1990년부터 이어진 실용주의의 결과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학생들이 활동하기 편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 세련된 교복을 바라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생각은 달랐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지금이 최선”이라는 것.
이런 실용주의의 뿌리는 등소평의 말 속에도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사고를 상징하는 한 문장이다.
10월, 나는 중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지방 — 운남성으로 향했다. 사계절 내내 봄 같은 날씨, 26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땅, 그리고 영화와 다큐멘터리 속에서만 보던 차마고도. 그 옛길을 걸으며 먼 시대의 발자취를 느꼈다.
리장고성에서는 나시족의 상형문자 ‘동파문자’를 보았다. 1996년 대지진에도 온전히 남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그곳은, 상업화의 바람 속에서도 소수민족 문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최근 중국 언론은 매일 ‘선저우 11호’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한 우주정거장 운용 기술 실험. 국제우주정거장이 2024년 퇴역하면, 중국은 세계 유일의 독자 우주정거장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의 우주 프로젝트는 세 갈래다 — 우주정거장, 달 탐사, 화성 탐사. 창어 3호가 달에 착륙했고, 창어 4호는 인류가 발 딛지 못한 달 뒷면을 향한다. 2021년엔 화성에 닿겠다는 계획도 있다. 그 옆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과 초고속 슈퍼컴퓨터 ‘텐허-1A’가 자리한다. 시진핑 주석은 말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그들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