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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흙울림 Feb 26. 2018

새벽에 깨어나

새벽이다.  


추위에 떨어 급히 잠에서 깨었다.  침대 위 아무것도 덮지 않고 잠자고 있었다. 이불을 덮고 체온을 높이는 게 우선이지만, 혹시 창문이 열렸는지 식구들은 추위에 떨고 있진 않는지 일어나 방 안을 둘러본다.

적막한 새벽5시. 해운대 신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로위에는 차 한 대만 지나간다. 운전자는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나는 새벽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지시받을 만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테두리 없는 자유로움.


바깥 새벽의 공기가 그립다. 묵직한 창문을 힘주어 열어본다. 물씬 풍기는 것이. 언젠가 아늑한 시절에 맡았던 도시와 자연을 묘하게 섞은듯한 고즈넉한 내음새가 가슴으로 흘러 들어온다.  

나머지 잠을 놓쳐버린 안타까움이 서려있긴 하지만, 피곤한 것도 잊을 만큼 느닷없이 커피의 향이 그립다. 새벽이 뿜어내는 고즈넉한 숨결과 함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힘차게 가르는 자동차가 하나 둘  분주하게 늘어나는 모습이 보고 싶다. 함께하는 이름모를 새벽인들과 함께, 각자가 가지고 있을 법한 안타까운 피곤함들을 공유하며 책을 읽고 싶다.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다.


맥북을 열고, 아이폰을 연결한다. 페이지를 열어 글을 쓴다. 늘 정겨운 페이지. 간결하고 정돈된 이미지와 글자체, 고급스러운 문장 배치와 단순함이 배여있다. 난 고급스럽고 간결하며 예술적인 직관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공용화장실에서 악취를 가리기 위해 뿜어내는 무겁고 복잡한 향수보다, 은은하지만 가늘고 단순한 꽃 향기가 좋듯이.  

 

어느새 해가 온 세상을 밝게 비춘다. 자동차도 늘어난다.

새벽은 참 짧구나, 잠시 외로움을 가진 것들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빛에 쫓겨 사는 고독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문득 바라본 수첩의 메모 속에 언젠가 적은 글귀가 눈에 띄였다. ‘자기를 위해 살면 오히려 외롭다’.  


주님이 오셨을 때,  그 영원한 시간속의 존재 앞에 내가 서게 되면 그 시간이라는게 얼마나 짧을 것인지.

인생을 허비한 죄에 두말없이 유죄임을 고백하며 뒤돌아선 빠삐용을 떠올리며, 다시 빛의 시간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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