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흙울림 Sep 08. 2018

지금의 생각이 가장 고상하다면

칼 막스에 의하면, 시간은 노동력이다. 대중을 지배하는 엘리트는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는데 이는 곧 시간의 착취이다.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태어났지만, 사실은 죽음까지의 시간이란 걸 손에 쥐고 태어났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두가지. 그 시간을 누구를 위해 사용하느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핵심이다.

공허하고 변화무쌍하고 제 자신도 불만스러운 변덕에 쫓겨 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인생에 대해 괴테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주의하라고 에크만에게 말해준다.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늘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거나 하품만 하다 죽음의 포로가 되는 삶에 경계를 준 괴테의 말을 떠올리며, 우리가 사는 것은 인생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 나머지는 인생이 아니라 그저 시간일 따름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에 공감한다. 내 자신을 위해 내가 요구하는 것대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얼마나 남을 위해 나를 소모하고 살았는지. 자신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양보를 하며 살았는지 되돌아본다. 알고 보면 사실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함께 할 수 없어서 그런 예의를 보였던 것은 아닐까? 내 재산은 한 푼도 낭비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남들이 내 인생안으로 끼어드는 것은 내버려두거나 심지어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무례한 사람들을 자청하여 불러들인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에는 참으로 너그러웠음을 고백한다. 그외에도 교통이 막힌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보낸 시간, 거부를 하지 못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사람의 업무를 도와주었던 시간, 남들을 미워하는 일에, 건강을 돌아보지 않아 허비해야 했던 시간들, 쓸모없는 취미나 생각들로 보냈던 시간들을 모아본다면 인생이 왜 짧은지에 대해 나는 말 할 수 없으리라. 언제 나에게 확고한 계획이 있었을까, 얼마나 적은 날들이 내 의도대로 지나갔는지. 그런 시간 속에서 나는 얼마나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살아왔는지. 퇴임한 선배들의 한결같은 말...책도 읽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음악을 연주하고, 여행을 떠나리라는 서글픈 제2의 서막을 선포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해본다. 우리는 인생의 자투리 시간에만 인생을 새로 시작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의 생각이 가장 고상하다면, 내가 확신하는 바로 이 순간 시작해야 함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새벽에 깨어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