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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흙울림 Sep 09. 2018

쉬고싶다


임진왜란 때 내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륙침략을 감행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로마인을 살육하는데 지친 군대를 외국과의 전쟁으로 돌아서게 만든 아우구스투스.

평생 치열한 전투가운데 승리하며 대제국을 이끌어내고,  그 전쟁속에서 명상록을 집필하며 진정한 철인통치자로 존경을 받았던 로마제국의 초대황제.

그 현인도 인생가운데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쉬고싶다"

그 휴식이 여전히 멀게만 느껴져서 그 그리움을,  단어가 주는 쾌감으로나마 기쁨을 누렸다는 서신서의 기록을 읽으며 절반의 자유를 살아가는 것에 생각해 본다.

온전한 가운데 주위에 흔들림 없이 남에게 매이지 않고 자신이 결정하는 데로 살아가며 공동체의 이익과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현자로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불쌍한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젊을 때 부터 쉬는 시간없이 달려온 것만 같은 시간. 난 쉴 틈이 없었다고 너무 늦게 푸념을 하는 건 아닌지. 가장 빠른 것을 붙잡으며 살아가지 않고 항상 여유있다고 흘려보냈던 건 아닌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탐욕이었다고 눈을 감아버리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아첨하며 남을 위해 나를 담보로 제공했는지 나는 흘려버린 시간을 후회 가운데 회상한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던 기술들을 배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보내며 살았다. 사는 것을 배우는 것에 평생을 보내고, 죽는 것을 배우는 데에 평생이 걸린다고 했으나, 나를 위해 비워두지 않고 늘 산만함으로 자투리 시간을 채워 나갔다.  분주한 정신 가운데 많은 것을 밀어넣어 보았지만, 제대로 소화내는 것 없이 모두 토하고 싶은 것들 뿐이다.

내가 원하는 것대로 움직이지 않는 항해선. 바람이 두 방향으로 불 때 회오리 치듯이 나는 소용돌이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배를 타고 있다.

문득, 피로에 지친 경주마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지 물어보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근본적으로 달리기를 멈추고 자신을 되돌아 보도록 책을 추천해 주지 않고, 선뜻 읽고 있던 책들 중에 경주마에게나 쓸만 한  몰핀 주사 같은 소설 한 권을 추천했다. 진정으로 후회된다. 한 사람에게 책 한권이란 근본적으로 인생의 방향이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 마음으로 방향을 제시해 준 것 같아서.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함께 구덩이에 빠지듯이 난 지금 구덩이에 빠졌다. 경주마에게 진정 필요했던 건, 트랙을 벗어나 휴식과 먹을 것을 주며 그동안 수고했다는 위로와 함께 눈 앞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이었다.

가장 좋은 나이보다 가장 좋은 날이 지금임을 알고 죽음 앞에서 소년처럼 당황하지 않는 노년이 되고 싶다.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하다 지금을 놓쳐버리듯이 가장 큰 장애물에 속지 않고 내 수중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싶다. 내가 지금도 붙잡지 않으면 또 다시 도망가버릴 것이 무엇인지.

일단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순간 순간을 내가 필요한 대로 쓰려면, 내가 가진 인간적인 흠을 초월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비난과 남들의 눈치에 따라 남들의 지배를 받거나 불필요한 것들에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뻔뻔해지는게...사람들에게 시간을 많이 빼앗기면 내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고 그리고 나에게는 쉴 틈이 없으니. 쉰다는 건, 아무래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아닐까?

부모님 댁에 점심식사 후 설겆이를 하려고 보니 설겆이세제가 종이컵에 절반정도 담겨져 있었다. 절약이 몸에 밴 우리 아버지, 어머니. 양이 정해져 있으면 절약하기가 쉽듯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것에 더 신중히 관리하고 살아야지. 생명, 건강, 가족, 그리고 언제 다시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위해 살아가는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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