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혹등고래 만나던 날.
아주 오래전부터 야생 고래 보는 것이 소망 중 하나였는데, 시드니 바다에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었다. 시드니에서 돌고래를 보러 갔다는 얘기는 들었어도(나도 돌고래 투어를 했었다.) 고래를 보러 갔다는 사람을 못 만난 것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검색조차 해 보지 않은 내 탓이 제일 크다. 말로만 고래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까.
그러다 남편과 8월 초에 브리즈번으로 짧은 여행을 가기로 하고 여행 일정을 짜던 날, 당연하게 고래 와칭 투어를 일정에 넣기로 했다. 왠지 브리즈번에서는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브리즈번에서 하는 고래 와칭 투어는 없었고 골드코스트까지 내려가서야 투어를 할 수 있었다.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의 이동시간이 짧은 여행에서 허비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시드니에서도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하면서 바로 예약을 할까 물었다. 어디서든 고래만 보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맞다. 정답이다. 게다가 지금이 고래를 볼 수 있는 시기였다. (6월 초~ 11월쯤까지 극지방에 있는 혹등고래들이 따뜻한 바다로 이동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포육과, 번식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마침 방학 맞이 반값 세일도 했다. 무려 35불에 고래를 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말도 안 돼!
예약하기로 결정한 후 살펴보니 10시 30분과 1시 30분 두 개의 타임이 있었는데 꼼꼼한 성격의 남편은 업체에 전화를 걸어 어떤 시간이 고래를 더 잘 볼 수 있는지 물어봤다. 직원이 말하길 '어느 쪽도 확실하지 않지만, 나라면 아침 타임을 선택할 거야'라는 말에 우리는 고민 않고 10시 30분으로 예약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이틀 후 아침, 달링하버 와프(darling habour wharf 7)에 서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배가 작아 보여서 이 많은 사람이 탈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출발할 시간이 되자 두 개의 배가 항구에 도착했다. 안도했다. 사람들은 각자 반으로 나뉘어 배를 탔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큰 배에 올라탔고, 2층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40분을 넘게 배를 타고 이동했다. 왓슨스 베이나 맨리까지는 페리를 타고 자주 나갔기 때문에 그쪽 바닷길은 익숙했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더 먼 바다로 나갔다. 바로 '오픈 오션 (open ocean)'으로 말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수평선이 너무도 아름다웠고, 숨이 탁 트였다. 옆쪽에는 랜드가 보이고 반대쪽은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막힘없이 뚫려있는 바다여서 그런지 파도는 더 거세졌고 평소 멀미가 없던 나도 울렁거릴 정도였다. 어쩌면 첫 뱃멀미를 경험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뱃멀미를 고통도 느낄 새가 없었다. 저 멀리에서 고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혹등고래의 등장에 사람들의 얼굴이 상기됐고 환호를 했다. 배는 속력을 내서 혹등고래와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 배 가장 위로 올라간 직원은 소리를 치며 혹등고래가 있는 방향을 시간으로 알려줬다.
"1 o'clock!"
난생처음 보는 혹등고래를 보고 난 후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아슬하게 난간을 붙잡고 서 있던 나는 계속해서 고래를 찾아 시선을 옮겼다. 저 멀리에서 물을 내뽐는 걸 내 두 눈으로 보게 됐다. 헤엄을 치는 혹등고래에 등허리가 보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머리를 내놓고 점프를 했다. 몇 번씩 반복했다. 오랫동안 고대했던 순간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이 날 총 네 마리의 혹등고래를 만났다. 한 시간을 넘게 고래를 찾고 쫓으며 시간을 보냈다. 투어를 하기 전에는 운항하는 배 바로 앞에서 아주 높게 점프하는 영화 같은 장면을 기대했으나, 50m 앞에서 혹등고래의 재주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신청한 고래 와칭 투어가 좋았던 것 중 하나는 포토그래퍼가 함께 승선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일반적인 카메라로는 찍기 힘든 디테일이나, 일반적인 손님은 담지 못할 엄청난 사진을 찍어서 저작권 없는 사진을 제공한다. 투어 금액 35불에 멋진 사진까지 얻을 수 있다니. 페이스북에는 매일 고래 사진이 업로드돼서 페이스북에서 다른 날의 고래를 보는 것도 재밌다.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정말 운이 좋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점프를 하는 사진은 최근에는 없었으니까. 우리 타임, 그것도 우리 배만 본 멋진 장면이다!
어느덧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 됐다. 우리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고, 배는 빠른 속력으로 달링하버로 돌아가고 있었다. 혹등고래를 볼 때는 절대 느껴지지 않던 뱃멀미가 스멀스멀 느껴졌다. 어지러움을 참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1층 실내로 모였다. 봉투를 하나씩 들고 고통스러워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할 정도였다. 남편과 나도 슬슬 어지러워졌지만 견딜만했다. 우리는 돌아오며 이런 말을 했다. 매일매일 오고 싶지만 어지러움을 견디긴 힘들 것 같다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 첫 번째는 변수가 많은 고래 와칭이기 때문이고(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것), 두 번째는 누군가는 멀미 때문에 힘들어할지도 모르니까. 언젠가 또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고래들이 다시 돌아올 10월쯤에는 아기 고래들의 재롱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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