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이 될 수 없는 호주 이민자.
시드니에서는 6월이면 'Vivid Sydney'라는 라이트 쇼를 한다. 시드니에서 얼마 없는 큰 축제라, 남편과 나는 매년 쇼를 관람한다. (그래 봤자 나는 2번 본 게 전부다.) 매년 콘셉트도, 쇼를 여는 장소도 다양해지는 이 커다란 축제는 볼거리가 많았다. 우리는 먼저 '달링하버'로 갔다. 이곳에서 시작해서 모두 다 둘러볼 계획이었다.(이날 무려 15km를 걸었다.) 둘러보기 전에 우리는 '지도'가 필요했다. 친절하게도 곳곳에는 핑크 색 옷을 입은 스태프들이 있었고, 가까운 스태프에게 가서 '맵'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스태프는 부스에 있다고 하며 우리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언뜻 보기에도 저만치에 커다란 부스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친절한 스태프는 우리를 안내했다.
"Where are you from guys?" 친절한 스태프는 얼굴 가득 미소를 담은 얼굴로 우리에게 물었다. 그 질문의 의미가 무엇인 줄 안다. 하지만 남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말하며, 여행객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언급한다. (이는 호주에서 오래 살아온 이방인의 처세술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이어질 의미 없는 질문들을 피하기 위함이니까.) 당황한 스태프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만, 이내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다.
익숙한 일이다. 우리는 어딜 가든 그 질문을 받는다. 사실 나는 이곳에서 어쩌면 여행객이 맞다. 나의 아직 영주권이 없고, '임시 배우자 비자'로 잠시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은 상태일 뿐인 외국인이니까. (물론 의료혜택도 받고 있고, 세금도 꼬박 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태어난 곳은 한국이지만,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호주에서 살아온 시간이 더 많은 '호주 시민권자'였다. 남편은 호주에서 시민권자. 즉 호주인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이방인일 뿐이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여기서는 외국인일 뿐이겠구나."
나는 애초부터 호주에서 시민권을 받는다거나, 평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호주로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호주인으로 살 마음도 없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분하고 화가 났다. 남편과 비슷한 처지인 1.5세대 교포들은 물론이고, 여기서 태어나 '영어 이름'을 갖게 된, 태어날 때부터 호주인인 아이들도 이방인이라는 타이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동양인이기 때문에.'
이민자의 나라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이방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대로 괜찮은가'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겠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이곳에서 호주인이 될 수없고, 호주인인 내 남편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글/사진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