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의 비밀.
시드니는 어제부터 비가 쉴 새 없이 내린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달 내내 맑은 하늘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오늘 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해물 파전이 생각난다. 비 오는 날 퇴근하고 돌아오면 식탁 위에 가득 있던 엄마표 따뜻한 파전 말이다. 호주에서 지내고 있는 순간들 중, 문득 엄마가 해주던 음식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엄마가 지난 1월, 호주에 20일 간 머물렀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엄마를 위해 소고기를 넣은 뭇국과, 애호박으로 호박전을 해두었다. 오랜 비행에 지쳤을 엄마를 위해 나름 신경 쓴 메뉴였다. 엄마의 반응을 기다리던 나를 앞에 두고, 엄마가 말했다. '무가 쓰다.' 엄마는 그 말 뒤에, '무를 볶을 때 소금을 살짝 넣으면 쓴 맛이 없어져.'라고 말해줬다.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 섭섭했냐고? 아니. 엄마의 음식 맛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으니, 기분 나쁠 리가. 그 뒤로 나는 무를 볶을 때 소금을 함께 넣었고, 쓰던 무가 달달해졌다. 호주 무가 안 좋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엄마는 호주에 머무는 동안 두 번이나 김밥을 만들었다. 엄마가 호주에 오자마자 '김밥 타령'을 틈틈이 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한인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재료들을 사 왔다. '호주에 있는 재료가 안 좋아서 맛이 없어'라고 재료 탓을 했었는데, 엄마는 그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줬다.(대부분의 식사는 내가 하거나, 남편이 했다. 다만 엄마가 해준 김밥이 먹고 싶어서 해달라고 졸랐다.)
"나는 왜 이 맛이 안나는 거야?", "엄마(본인)가 아니라서 그래."
집안일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지만 요리는 열심히 한다. 왜냐하면 엄마가 해줬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엄마의 맛을 비슷하게라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매번 귀찮게 했다. '엄마 제육볶음 하려고 하는데 엄마는 어떻게 해?' 재료만 준비된 상태에서 엄마가 읊는 대로 양념을 하고, 요리를 해본다. 하지만 엄마의 레시피는 실패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엄마에게는 레시피가 없기 때문에. 엄마는 손에 집히는 만큼 양념을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요리를 했으니까. 그래서 따라 할 수도 없었다.
"난 엄마가 해준 게 제일 맛있지?"라고 물으면, 엄마는 매번 말했다. "엄마 음식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래." 엄마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요리를 잘하는 엄마의 요리가 아니라, 엄마의 요리가 좋은 것뿐이니까.
비가 오면 엄마가 해주던 파전이 생각나고, 한인 식당에서 맛없는 음식들을 비싼 돈 주고 사 먹을 때면 엄마가 해주던 정성 가득한 음식이 그리워진다. 한국에 갈 날을 기다리다 한국에 가면 먹어야 할 음식 리스트를 적어본다. 망원동, 강남 어디쯤에 있는 맛집에서 파는 음식들이 아닌, 엄마에게 해달라고 조를 '엄마 표 음식 리스트'를 말이다.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