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12월 7일 / D-18

by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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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우체통 앞에서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남자를 보았다. 아이는 살짝 긴장한 듯한 얼굴을 하고 아빠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미소 짓던 아빠는 '하나 둘 셋’ 하고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우체통 가까이에 닿게 해 줬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이 올라와서 순간 놀란 아이는 ‘꺄륵’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자신이 메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우체통에 집어넣었다. 봉투가 잘 들어간 건지, 아니면 눈 앞에서 서둘러 사라진 봉투가 아쉬워진 건지 아이는 아빠에게 매달려 우체통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아빠는 아이에게 말했다. "애슐리, 산타클로스한테 편지가 잘 전달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할까?” “응! 아빠!” 그리고는 가만히 서서 작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뒤 한참을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뭔가 깨달은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책상 서랍에서 안 쓰던 카드 뭉텅이를 꺼냈다. 언젠가 크리스마스 세일 때 샀던 카드 모음이었다. 그리고 거실에서 뒹굴거리던 남편에게 말했다. “크리스마스 카드 쓰자.” “갑자기 무슨 카드?” 남편은 영문도 모른 채 내 손에 이끌려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 일 년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이랑 자기랑 나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자.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산타에게도!” 남편은 내 말에 어이없다듯이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갑작스럽지만, 고맙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기한테 쓰는 것은 알겠어. 그런데 왠 산타?” 나는 아까 봤던 장면을 남편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집에 그동안 산타가 안 왔던 건 우리가 산타에게 편지를 쓰지 않아서야.” 그 말을 듣던 남편은 내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자기야! 정신 차려 산타가 어딨어!”


순수한 마음을 잃었다는 둥, 크리스마스에서 제일 중요한 게 산타라는 둥 등의 의미 없는 잔소리를 듣던 남편은 더 이상 듣기 싫었는지 고분고분 펜을 손에 쥐고 식탁 위에 앉아서 카드를 열었다. 부모님께 먼저 카드를 쓰겠다는 남편은 ‘사랑하는 엄마 아빠’라고 적은 뒤로 한참을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남편과는 다르게 나는 카드를 줄줄 써 내려갔다. 별 내용은 없었다. 일 년 동안 수고했고, 고마웠고, 건강하고 부자 되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열심히 쓰고 있는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남편이 내가 쓴 카드를 훔쳐보려 접근한 것이었다. “보지 마~!” “아! 좀 보여줘~”


가족들, 몇몇의 친구들에게 카드를 겨우 써낸 우리는 마지막으로 산타에게 카드를 쓰기로 했다. 평생 동안 산타가 없다고 믿어 온 남편과, 불현듯 산타가 그리워진, 아니 산타를 믿었던 시절이 그리워진 나는 산타에게 할 말이 없어 멍하니 있었다. 몇 분이 흐른 뒤 남편이 말했다. “그냥 쓰지 말자. 그리고 카드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도 모르잖아.” 할 말이 없었다.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카드를 쓰겠다고 욕심부렸다니.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그 아이처럼 우체통에 넣으면 되잖아." 혹시라도 우체국 집배원이 산타에게 보내는 내 카드를 보더라도, 미취학 아동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창피할 것도 없었다. 설마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하겠어? 그러니까 그냥 써 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산타에게 보낼 카드를 말이다.


12월 7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