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산타가 없다고 하셨어

12월 8일 / D-17

by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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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만 해도 새파랗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펑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자기야 눈 온다!” 눈 내리는 걸 마냥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다. 이유는 눈 내리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촉촉해지고, 포근해지고 음.. 또.. 그때 불쑥 남편이 나타났다. “꽤 많이 오네. 금방 쌓일 것 같은데? 그전에 얼른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고 올까?”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산타에게 보낼 카드를 들고 집 근처 우체통으로 갔다. 새빨간 우체통 앞에 선 남편과 나는 설렘도, 아쉬움도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처럼 카드를 우체통에 집어넣었다. 세상에 찌든 완벽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어제 내가 봤던 여자 아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웃음이 났다. “내가 생각한 거랑 전혀 다른 그림이잖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남편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나 어렸을 때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그 안에서 마법을 부려서 집까지 보내주는 줄 알았어. 그러다 마법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할 쯤에는 전국에 있는 우체통이 지하 통로로 연결됐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한 아저씨가 열쇠로 우체통 문을 열어서 편지를 수거해가는 가는 걸 보게 됐거든, 와 그때 완전 충격받았어. 사람이 직접 전달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으니까.” “자기 엄청 순수한 아이였구나? 그런 아이가 왜 산타는 안 믿었대?” 내 물음에 살짝 머뭇거리던 남편이 말을 이어갔다. “한 번도 산타에게 선물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 부모님들이 미리 사둔 선물을 머리맡에 몰래 두고는 산타가 다녀갔다고 말하잖아. 애들은 그걸 믿고 좋아하고. 우리 집은 안 그랬어. 언제였더라. 산타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나도 여느 아이들처럼 산타를 기다렸어. 그런데 안 왔어. 그래서 우리 집엔 왜 산타가 안 오냐고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세상에 산타는 없다고 하시는 거야. 그때 산타는 없다는 걸 알았지. 그런데 친구들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 된대. 비밀이라고."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이 올해 처음으로 산타에게 카드를 썼다(물론 강제로). 부정하는 존재에게 마음을 담아서, 원하는 선물까지 적은 카드를 산타에게 보냈다. 과연 산타는 이 어른에게, 우리에게 답변해줄까? 아니면 혹시 찾아와 줄까?


12월 8일



글/그림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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