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냥 구경꾼 하자

12월 6일 / D-19

by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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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장식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참가는 간단하다. 각자의 집 외부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게 예쁘게 꾸미면 되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11월이 되기 전부터 이 콘테스트를 준비를 위해 주말마다 온 가족이 모여 집을 꾸민다. 지붕에 알록달록한 조명을 달아두는 것은 기본이고 직접 만든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마당에 설치해둬서 산타가 정말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창가 쪽 방을 아예 비워둔 뒤 방 하나를 온통 크리스마스로 꾸며두고 창문에서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를 해둔 곳도 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다. 콘테스트를 너머 동네 축제가 되어버린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콘테스트에서 1등을 하면 1년 치 전기세가 면제되기 때문이었다. 전기세가 비싼 이 곳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매년 1등을 하던 우승자의 집은 작년에 처음으로 건너편 집에 우승을 넘겨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다들 열의가 대단하다. ‘우와! 우리 집 우승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이 생겨버린 것 같다. 전년도 우승자의 집과 그 전년도 우승자의 집뿐만 아니라 이 동네의 집들이 매일 집 꾸미기에 한창이다.


우리 집도 빠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빠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트리 꾸미는 대도 예상치 못한 비용을 꽤 지불했기 때문이었다. 집 바깥까지 꾸미게 되면 몇 날은 꼬박 굶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현관에 크리스마스 리스 하나를 걸어두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화려한 양쪽 집 사이에 껴있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우리 집이 초라하고 쓸쓸해 보인다. 크리스마스에 전혀 관심 없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창문을 열고 트리를 그 앞으로 옮겨둬야겠다. 오해받고 싶지 않으니.


현관에선 남편이 리스를 들고 있고 나는 리스의 수평을 맞춰본다. “자기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야 돼.” “아니, 오른쪽! 거기는 왼쪽이잖아!” 수평만 맞춰 문에 걸어두기만 하면 되는 크리스마스 리스를 거는데 10분이 걸렸다. 둘 다 10초면 될 줄 알아서 외투도 안 입고 실내화 바람으로 나온 탓에 코는 빨개지고 손은 꽁꽁 얼었다. 집으로 들어와 벽난로에 손을 녹이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는데 둘 다 동시에 웃어버렸다. 남편이 말했다.


“우리 이거 하나 걸어두는데 10분이나 걸렸는데, 집꾸밀려면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할 듯.”

“둘 중에 누구라도 내년에는 참가해볼까?라고 말하면 혼내자. 우리는 아닌 거 같아.”






12월 6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