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 D-15
12월, 온 우주를 통 틀어 우리만큼 바쁜 이들이 있을까. 우리에게 12월은 일 년을 살아오는 이유이자, 삶의 이유기도 하다. 우리는 밤낮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 힘들겠다고? 물론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기쁘게 일한다. 우리의 노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뻐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엘프다. 영화에 나오는 멋진 모습의 엘프를 상상했다면 미안하다. 나는 아주 작고, 할 줄 아는 것은 산타를 돕는 일이 전부인 요정으로, 이 곳 노스폴에서 산타가 전해주는 선물과 산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요정 중 하나다.
오늘도 전 세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편지가 도착했다. 아쉽게도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산타에게 도착한 편지들이었다. 누군가는 궁금해하겠다. 정확한 주소도, 위치도 알 수 없는 곳에 어떻게 편지가 무사히 도착하는지 말이다. 그것도 수백 수천만 개의 편지가!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신입시절에 평생을 이 곳에서 일해 온 선배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산타에게’라고 썼을 뿐인데 어떻게 지구 반대편인 이곳까지 편지가 도착하는 건가요?”하고 말이다. 그러자 선배가 말했다. “세상에 산타는 하나뿐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대답을 들었지만 해답은 아니었다. 아직도 매일 도착하는 편지를 볼 때마다 나는 놀라울 뿐이었다.
우편함에 가득 차 있는 편지들을 열차에 차곡차곡 싣는다. 편지를 실은 열차는 스캔 센터로 간다. 스캔 센터에서는 말 그대로 편지를 스캔하는 일을 한다. 수많은 편지를 산타 혼자서 읽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읽기 편하도록 스캔하는 작업을 한다. 편지를 스캔하면 산타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전송되어 저장되고, 산타는 바로바로 새로 온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신기 한 점이 하나 있다. 편지를 스캔해서 산타의 컴퓨터로 간 편지에서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바로 편지의 주인의 목소리가! 신기하지 않은가? 신기해하는 나를 보고 선배 엘프가 말한 적이 있다. 진심을 담아 쓴 편지에는 그 사람의 목소리까지 담긴다고 말이다. 그래서 산타는 모두의 이름뿐 아니라 목소리까지 기억한다. 산타는 해가 바뀔 때마다 어른스러워지는 목소리들을 아쉬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내년에는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렇듯 이곳에서는 이해 안 되고, 놀랍고 신기한 일이 투성이다. 하지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하나를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산타가 당신에게 선물을 전하는 일 말이다. 제일 바쁜 때이지만 이 곳이 궁금한 당신께 이 곳의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한다. 당신이 산타의 존재를 믿든, 믿지 않든 간에.
From Elf
12월 10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