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 D- 13
어른이 산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모든 엘프의 귀에 들어갔다.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모두가 어른이 보낸 편지의 대해 이야기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처음 겪는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내가 그 편지를 스캔했다는 소식을 들은 몇몇 엘프들은 내게 달려와서 편지의 내용을 물었지만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었다. 편지를 스캔한 것은 맞지만, 내가 읽은 글자는 고작 ‘산타에게’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나 그 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엘프들이 많을 줄 알았다면, 아니 아이를 대신해서 쓴 편지가 아니라 진짜 어른이 보낸 편지인 걸 알았다면 한 글자도 빼먹지 않고 달달 외웠을 텐데. 엘프 사이에서 인기스타가 되는 쉽게 오지 않을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산타의 소식도 들려왔다. 어제부터 산타는 자신을 믿는 어른이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종일 신이 난 상태라고 했다. 그런 산타의 반응에 엘프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그 편지는 실제 할지도 모를 산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못된 사람들의 계략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엘프들의 걱정이 커지자 이 상황을 제일 염려하는 우리 중 제일 어른인 엘프 영감은 직접 산타를 찾아가 설득하겠다고 했다. 편지를 받았다고 해서 정확한 신상정보도 없는 어른에게 선물을 주러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산타에게 잘못 전달된 편지라 생각하고 못 본채 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산타가 그 편지에 담긴 어른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장난이나 계략은 아닐 거라고 말하는 엘프들도 등장했다. 우리들의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때 열차를 관리하는 엘프가 편지 하나를 들고 달려와 말했다.
“여러분! 내 말을 좀 들어보세요!”
모두의 눈이 한쪽으로 향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엘프가 빨간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한 엘프가 신입 엘프에게 지금 중요한 대화중이니 나중에 말하라며 타일렀다. 하지만 신입 엘프는 굴하지 않고 더 크게 말했다. “그의 부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어른에게서 온 편지를 찾았어요!”라고. 그 말에 다른 엘프들이 신입 엘프가 한 말에 이어 한 마디씩 덧붙였다. "그의 부인 것이라면 어제 도착했어야 했어." "어제 도착한 편지들은 모두 스캔되어 산타에게 전송됐단다.” “그랬다면 산타도 벌써 읽었을 테고” “그런데 그 편지가 어떻게 그의 부인 편지인지 확신하는 거야?" 그들의 말 앞에서도 기죽지 않던 신입 엘프는 퇴근 전 열차를 청소하다가 열차 바닥에 붙어있는 이 편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봉투에서 어른 글씨를 발견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제의 그 어른 편지와 비교를 해보았다고 했다.
“어제 그 편지와 디자인이 똑같아요. 봉투에 붙여진 스티커까지요!"
가만히 신입 엘프의 이야기를 듣던 엘프 영감은 앞으로 나와 이 편지를 읽으려고 안경을 고쳐 썼다. 모두가 숨 죽이는 가운데 한 엘프가 손을 들고 말했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빨리 산타에게 전송하는 게 어때요?” 매일 맞는 말만 하는 엘프의 말이었다. 맞다. 우리가 들여다 본들, 그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다. 엘프 영감은 자신의 작업대로 가서 편지를 스캔했다. 곧 편지는 산타에게 전송됐다. 얼마 후 산타 사무실의 창문이 다시 한번 열렸고, 산타는 우리를 향해 말했다
“나를 믿는 부부가 있다니 믿기지 않네!”
누군가의 계략이나 장난도 아닌 진심이 담긴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되자 엘프들은 안도했다. 그리고 편지를 발견한 신입 엘프는 단박에 인기스타가 됐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지만 나는 아니었다. 인기스타 자리를 뺏긴 것 같아 질투가 났기 때문이었다.
From Elf
12월 12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