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널 찾고 있어!

12월 13일 / D-12

by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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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센터에서 일하는 수많은 엘프 중 30명이 선물공장으로 일을 배정받았다. 특별 배정된 엘프 중에는 나도 포함되었다. 본격적인 선물을 만들기 위해서 선물공장의 인력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선물 공장일을 하게 되는 몇몇의 엘프들은 따로 트레이닝을 받으러 이동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이맘때마다 선물공장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따로 트레이닝을 받지 않아도 됐다. 왠지 이 곳에서 능숙한 엘프가 된 것 같아 으쓱하다. 어딘가 거만한 표정을 짓고는 익숙한 듯 빈자리로 찾아가 선물 공장이 가동되기를 기다렸다. 선물 공장에서 일하는 순서는 대략 이렇다. 편지를 읽은 산타가 선물 내역을 꼼꼼히 작성한 뒤 결재를 해주면 선물공장이 가동된다. 가동이 되면 컴퓨터에 형태 값을 입력해서 형태를 만들고, 한쪽에서는 색을 입힌다. 그러면 뚝딱하고 선물이 만들어진다. 정말 뚝.딱.이다. 합이 잘 맞는 팀들은 1분 만에 한 개의 선물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신기록이라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선물들은 선물포장 부서로 이동시키면 선물공장에서의 업무는 끝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선물공장이 가동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일 시작하면 쉴 시간도 없으니 좀 쉬자는 낙천적인 엘프들이 나타났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엘프들도 생겨났다. 그러자 얼굴이 어두 워보이는 선물공장 매니저 엘프가 우리를 향해 말했다. “산타가 아직 결재를 해주지 않아서 공장을 가동할 수 없어요. 조금 기다려주세요!” 낙천적이었던 엘프들도 그 말을 듣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공장 안에 웅성 거리를 소리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산타의 결재를 기다릴 뿐이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출근하고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자, 엘프들은 앞으로 남은 스케줄을 걱정하며 매니저 엘프를 닦달했다. 일이 밀려버려서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모든 선물을 만들어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서였다. 엘프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타는 계속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결국 엘프들은 선물공장을 뒤로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딘가 축 가라앉은 엘프들이 식당에 들어서자 얼굴에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 메뉴가 피자였던 것이었다. 엘프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인 피자가 나오자 언제 걱정했다는 듯이 모두가 시끌벅적 발랄한 분위기로 반전됐다. 어디선가에서는 콧노래를 부르고 어떤 엘프는 춤을 추기도 했다. 나도 피자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를 다급하게 찾는 선물공장 매니저 엘프가 보였다. 유독 작은 엘프인 매니저 엘프는 발꿈치와 고개를 있는 대로 치켜들고 식당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곧장 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말했다.


“산타가 널 찾고 있어!”


산타가 나를 찾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단 하나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인 피자를 못 먹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From Elf




12월 13일



글/그림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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