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 D-11
출근해야 하는 이른 아침이지만 나는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최대한 두툼하게 입은 옷과, 간단하게 챙겨 넣은 짐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향했다. 혼자는 아니었다. 며칠 전 인기스타가 된 열차 관리인 엘프와 함께였다. 갑자기 왜 바깥세상으로 그것도 혼자가 아닌 이 엘프와 함께 나 가게 됐냐고? 잘리기라도 한 거냐고? 사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산타가 나를 찾는다는 소리에 급하게 선물공장 매니저를 따라 산타의 사무실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나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산타를 이렇게까지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덩치가 생각보다 꽤나 컸다. 그 모습에 살짝 경계심이 생겼다. 무서워 보여서였다. 하지만 산타는 큰 덩치에 비해 자상하고 따뜻한 목소리,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경계하는 눈빛을 알아차린 건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로 할 수 없었다. 얼마나 따뜻한 미소였는지 말이다. 나는 순식간에 경계심이 풀렸다. 매니저 엘프는 돌아갔고, 나는 산타와 단 둘만 남아 사무실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크게 숨을 들이쉬던 산타가 말을 시작했다. “내가 자네를 찾은 것은 말이야..” 그때 누군가 산타의 사무실의 문을 두드린 뒤, 살짝 연 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하고 내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절 찾으셨다고..” 며칠 전 인기 스타가 된 열차 관리인 엘프였다.
나와 인기스타 엘프는 산타와 마주 보고 앉았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산타는 다시 한번 숨을 들이켜고는 우리 둘을 부른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들이 부부의 편지를 발견한 최초의 엘프라고 들었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리 둘은 동시에 ‘네’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산타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부부에게 줄 선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말이야. 아직도 결재를 못하고 있었네. 부탁이 있는데.. 혹시 자네들이 가서 부부를 만나고 와줄 수 있을까?”
부탁하는 말투였지만 우리는 꼭 그렇게 해야 했다. 하루 사이에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진 산타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했다. 하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도 두려운데, 그 부부를 만나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것을 얻어 산타에게 전해줘야 할지. 온통 해본 적이 없던 것들이라 걱정이 앞섰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 내 옆에 이 인기스타님께서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해버렸다. “네! 당연하죠! 맡겨만 주세요! 저희가 잘 해내겠습니다!” 나는 놀라 인기스타 엘프를 쳐다봤다.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기스타 엘프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리고 오늘, 수많은 엘프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산타가 특별하게 준비해준 스페어 썰매에 몸을 싣고 부부가 사는 나라로 가게 되었다. 어젯밤 걱정이 돼서 한 숨도 못 잔 나와는 다르게 인기스타 엘프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왜 그래요? 하기 싫어서 그렇죠!”
“하기 싫긴! 그냥 조금 걱정이 되는 것뿐이야.”
“에이~ 걱정 마세요~ 별 일이야 있겠어요?”
“너는 참 태평하다. 어떻게 걱정이 안 되니?"
“걱정이야 되긴 하죠. 하지만 걱정할 필요 있나요? 이것도 산타를 돕는 일인데. 당연히 해야죠. 그리고 산타가 언제 우리에게 위험한 일 같은 거 시킨 적 있어요? 저는 산타를 믿어요. 선배도 산타를 믿어봐요. 산타가 아무 이유 없이 우리를 믿고 보내주는 것처럼."
그 말을 들으니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맞다. 산타가 우리에게 대단한 것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두려울 뿐이었다. 크게 한숨이 나왔다. 그랬더니 인기스타 엘프가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자. 힘내셔야 해요. 산타가 우리만 믿고 있다고요! 이 크리스마스가 우리 손에 달렸다고요!” 으악! 크리스마스가 우리 손에 달렸다니! 괜찮아졌던 머리가 다시 아파질 것 같았다. 썰매는 열심히 그들이 사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어느 순간 걱정보다 이유모를 기대감이 생겨났다.
From Elf
12월 14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