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수행은 나랑 안 맞는 듯

12월 15일 / D-10

by 에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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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에게 편지를 보낸 부부가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처음이라 존재하는 모든 것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사람들을 가득 태운 네모난 큰 차와, 작은 차, 무언가를 팔고 있는 듯 보이는 상점들이 길 위에 끊임없이 줄지어있었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익숙한 것이라고는 하늘에서 내리는 이 눈뿐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인기스타 엘프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런 곳이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눈길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어서 계속 구경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미션을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는 엘프들이었다. 산타가 챙겨준 작은 기계를 꺼내 요리조리 눌러본다. 이 안에는 그 들의 목소리가 녹음되어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파수로 그들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거였다. 낯선 세상에 팔려있던 정신을 붙잡고 주파수를 맞췄다.


우리는 이 곳에 도착하면서부터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엘프의 모습인 채로는 여러모로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커진 몸이 어색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인기스타 엘프도 변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상점 유리에 자신의 모습을 자꾸만 비추어보았다. 사람의 모습을 한 우리는 부부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목소리의 희미하게 반응하는 주파수를 쫓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마침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그쪽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옮겼다. 냄새가 시작되는 곳은 길가에 있는 베이커리였다. 방금 구운 빵 냄새인 듯하다. 무심결에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갔더니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다. “배도 고픈데 빵 하나라도 먹고 시작해볼까?” 내 말이 끝나자 인기스타 엘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처음 맛보는 빵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때 한쌍의 커플이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반가운 듯한 얼굴을 한 베이커리 주인이 말했다.

“네~ 오랜만이죠! 크리스마스 케이크 주문하려고요.” 커플 중 여자가 말을 이어갔다.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올해는 과일이 잔뜩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으러 오실 거죠?”

“네! 점심쯤에 올게요!”


나는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고 인기스타 엘프는 부지런히 주파수 기계를 만지작거리다 내게 와서 말했다. “저기 있는 두 사람이 우리가 찾는 그 부부인 것 같아요. 저들이 말을 시작하니 기계에서 반응이 일어났어요.” 우리는 두 사람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주파수와 그들의 목소리가 100% 일치로 나왔다.


“진짜 찾았다.” 생각보다 빨리 부부를 찾은 것에 우리 둘은 기뻤다. 하지만 곧 고민이 찾아왔다. 어떻게 다가가서 뭘 해야 하는 거지? 산타는 우리가 그들을 만나 뭘 얻기를 바랐던 걸까.


고민하는 사이 볼 일이 끝난 그 부부가 베이커리를 빠져나갔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갓 구워진 빵을 구경만 하다 그들을 따라나섰다. 이렇게 놓치면 또 언제 만날지 몰라 우리는 미행을 하게 된 것이었다. “언제까지 따라만 갈 거예요?” 인기스타 엘프가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나는 대답했다. “에이 모르겠다!”라고 말한 뒤 인기스타 엘프는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제멋대로 행동하기로 한 듯 그 부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말했다. “실례합니다! 길 좀 물을게요!” 거침없이 달려간 인기스타 엘프의 행동에 나는 당황했다. 말릴 새도 없었다. 그저 그 뒤를 졸졸 따라갈 뿐이었다.


인기스타 엘프는 갑자기 카페 이름을 댔다. "혹시 카페 '케이알'이라는 곳 아시나요? 저희가 여기는 처음이라.." 인기스타 엘프에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카페 케이알은 어디야?' 나중에 들어보니 길가에서 지나가다가 봤던 기억이 있어서 말했다고 했다. 용감하고 순발력까지. 생각보다 대단한 엘프였다. 그 부부는 밝에 웃으며 우리에게 카페로 가는 길을 알려줬다. "고맙습니다!" 하고 부부를 보며 말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아무 말이라도 좀 해봐! 이대로 보내면 안 돼!'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다 "뭘요~ 조심히 가세요!"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부부를 그대로 보내버렸다. 애꿎은 카페 위치만 안 상태로 말이다.



From Elf



12월 15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