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 D-9
운 좋게 부부를 만났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소득 없는 하루를 보냈다. 하나 다행인 것은 그들이 사는 집을 알아냈다는 거였다. 미행은 아니었다. 늦은 밤까지 그들의 주파수를 쫓다가 발견해냈다. 아침이 되자마자 우리 둘은 그 집 앞을 서성이며 어떻게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무턱대고 집으로 찾아가 볼까? 아니면 그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타날까? 다시 만나게 된다 한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제처럼 길을 묻는 것뿐이다. 이미 그 카드도 써먹어서 방법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어떤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우리를 여기에 보낸 산타가 야속하다.
어제보다 더 무거워진 걱정이 나를 짓눌렀다. 아직 선물공장은 멈춰있고, 산타와 엘프들은 우리들이 무사히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답답해져 갔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요. 다들 우리만 기다리고 있을 텐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인기스타 엘프가 말했다. 그 말에 멋지게 답해주고 싶었지만, 계속 머릿속은 백지상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문득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산타를 믿고, 산타를 기다릴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엘프가 눈 앞에 나타난대도 놀라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래 에라 모르겠다. “사람의 모습 말고, 진짜 우리 모습인 엘프로 돌아가서 집에 찾아가 볼까?” “미쳤어요!!?” 무조건 좋다고 할 줄 알았던 인기스타 엘프가 놀라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겠지?” “너무 좋다고요! 진짜 미친 아이디어예요!! 어쩌면 산타도 그걸 바라지 않았을까요?" 될 대로 되라식의 이 아이디어를 과하게 반겨주는 인기스타 엘프 덕에 힘이 났다. 처음으로 같이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원래의 모습인 엘프로 돌아간 상태로 부부의 집 앞에 섰다. 태어나서 이렇게 까지 심장이 뛰어본 적은 없었다. 서로 눈치만 보며 문을 두드릴 타이밍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인기스타 엘프가 용감하게 나섰다. “똑똑똑” 그 찰나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정말 아무도 모를 거다. 10초가 지났을까?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파란 문이 열렸다. 그리고 허공에 머물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아래로 내려왔다. 놀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본 여자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리고 여자 뒤로 남자가 따라 나왔다. “누가 왔어?” 여자에게 말을 걸며 문 앞까지 나온 남자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보고 놀란 듯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가 말했다.
“엘프가.. 엘프가 왔어. 우리 집에!!”
놀란 눈을 하던 여자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남편도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우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From Elf
12월 16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