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지켜낸 것 같다.

12월 17일/ D-8

by 에린남



우리는 다시 산타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출근해야 하는 아침이 밝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루빨리 산타마을로 돌아가서 하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막상 오늘이 오니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산타가 만나고 오라는 부부와 두 번의 짧은 만남이 있었다는 것뿐, 우리는 얻어 낸 것도, 해낸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우리를 보고 놀랐지만 우리를 밀어내거나, 두려워하거나, 우리에게서 도망가지 않았다. 우리의 존재가 당연하다는 듯이 보였다. 어쩌면 안도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미소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게 전부였다. 짧은 만남 뒤 우리는 다시 산타마을로 돌아오라는 신호를 받았다. 그렇게 짧은 모험이 끝이 났다.


출근을 하니 많은 엘프들이 나를 반겨줬다. 모두가 나를 향해 환호하고 박수를 쳐준다. 인기스타가 된 기분을 만끽해도 모자랄 판에 억지웃음만 짓고 있다. 기쁘지가 않아서였다. 먼저 출근 한 인기스타 엘프도 수많은 엘프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누구보다 밝고 씩씩한 엘프였는데 어딘가 기가 죽어있는 듯했다.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탓이겠지.


산타와의 만남을 위해 산타의 사무실에 다시 들어오게 됐다. 인기스타 엘프와 나란히 서서 산타를 마주했다. 산타가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할지 몰라서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실망할까? 아니,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니 내가 역으로 묻고 싶어 졌다. 우리를 보낸 이유가 뭐였냐고! 반항심이 생겨날 쯔음 산타가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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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기도 어려운 낯선 곳에서 부부를 만나라는 말만 듣고 고군분투하느라 고생했네.” 그 말을 듣고 산타를 올려다봤다. 산타의 얼굴은 미안함도, 안쓰러움도 아닌 얼굴이었다. 대견함이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자네 둘이 해낼 줄 알았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산타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를 따뜻한 품에 감싸 안아줄 뿐이었다. 우리는 산타의 사무실에서 나와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저희가 해냈대요. 저만 그렇게 들은 거 아니죠?” 인기스타 엘프가 말했다.”나도 그러게 들었는데...” 내가 답했다. 그리고 그때 선물공장 매니저 엘프가 산타의 사무실로 달려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물공장 매니저가 뛰어나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했다. “드디어 산타의 결재가 떨어졌어!”



선물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모든 엘프가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우리를 향해서 말이다. 이 상황이 어리둥절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지켜낸 것 같다. 그거면 됐다. 이제야 긴장했던 몸이 풀렸고, 안도의 한숨이 밖으로 세어 나왔다.





From Elf


12월 17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