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도 그를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12월 19일 / D - 6

by 에린남

산타의 사무실에서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산타가 가장 좋아하는 캐럴 중의 하나인 ‘징글벨’이었다. 산타는 징글벨을 흥얼거리면서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온 편지를 꼼꼼히 살피고, 선물 제작을 위한 결재를 한다. 혹시라도 빠뜨릴까 두 번 세 번 확인하면서 말이다. 긴장감이 풀릴지도 모르는 크리스마스 준비 막바지인 요즘 같은 때에는 캐럴이 산타의 집중력을 도와준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도 캐럴을 들을 수가 있다. 엘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캐럴을 흥얼거리며 다가 올 크리스마스를 고대한다. 우리의 선물을 받고 기뻐할 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오늘은 '썰매 정비 센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말 그대로 산타가 선물 배달할 때 이용하는 이동수단인 썰매를 정비하는 곳이다. 오늘 여기에 산타마을에 모든 정비 엘프들이 모였다. 썰매를 체크하는 1차 점검 날이 됐다는 의미였다. 각 부분을 담당하는 전문 정비 엘프들은 모두모여 파이팅을 외친 뒤 각자가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에 나섰다. 마치 중요한 카레이싱 대회를 앞둔 자동차 정비사들 같은 모습이었다. 체력이 넘쳐흐르는 정비 엘프 사이에서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엘프를 볼 수 있는데, 이 엘프는 썰매 정비 센터의 대표 격인 팀장님 엘프다. 팀장님 엘프는 오랫동안 썰매 디자인을 하고 제작을 하던 엘프다. 시간이 많이 흘러 썰매를 만드는 일이 최첨단 기술로 제작방식으로 바뀌어 실질적으로 팀장 엘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썰매 정비 센터에서는 여전히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 누구보다 산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썰매에 대해서 잘 아는 엘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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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꼼꼼히 살펴보며 사용하지 않은 동안 상한 곳이 있는지, 새로 제작해야 할 부품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팀장님 엘프의 뒤를 앳되어 보이는 정비사들이 졸졸 쫓았다. 별 말하지 않는 대도 팀장님 엘프에게 뭐라도 배우려고 하는 신입 정비 엘프들이었다. 팀장님 엘프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다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 그들을 부르는 듯한 손짓을 했다. 눈이 말똥말똥해진 신입 정비 엘프들을 종종걸음으로 엘프에게 다가갔다. “썰매 색을 다시 칠해야 할 것 같으니까 도색 전문 엘프를 불러주겠나?” “네!” 너나 할 것 없이 신입 엘프들은 서로 앞다투어 도색 전문 엘프를 찾으러 떠났다. 이제야 집중할 수 있게 된 팀장님 엘프는 부지런히 썰매를 둘러본다.


썰매를 점검을 마친 팀장님 엘프가 썰매 정비 센터 중앙에 있는 연구실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개발자 엘프들과 함께 썰매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를 위한 일을 한다. 팀장님 엘프는 산타의 이동 루트와 작년에 문제가 있던 장소들을 공유하며 새롭게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만든다. 예전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탓에 길이 생겼다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라서 혹시라도 실수가 생길 수 있었기에 이 업무는 선물을 배달할 때 꼭 필요한 일이다. 별 탈 없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뒤 팀장님 엘프는 연구실에서 떠났다.


변해가는 시스템을 계속해서 배워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팀장님 엘프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 낮은 자세로 배우고 자신을 계속해서 채웠다. 엘프들은 팀장님 엘프의 열정에 감탄하곤 했다.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났지만 팀장님 엘프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산타도 그를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팀장님 엘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언젠가 후배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때에는 내가 더 이상 배우지 못하게 됐을 때다. 내가 떠나길 바라는 엘프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배우는 게 즐겁다.”라고 말이다. 우리는 기쁘게 그와 함께 일하고 있고, 오랫동안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





From Elf


12월 19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