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외롭겠지만 참아야 했다. 산타는 그래야 했다.

12월 20일 / D-5

by 에린남



여기는 '루돌프 건강센터'다. 산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들의 체력 운동을 하는 곳이다. 선물 배달을 할 때 산타의 썰매만큼 루돌프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산타마을 엘프들은 루돌프들의 관리도 꼼꼼히 신경 쓴다. 이 곳에서는 루돌프들이 운동을 하기도 하고, 집중력을 키우기도 하고, 적당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식단을 먹게 하면서 루돌프의 건강관리에 온 신경 쓰고 있다. 이쯤 되면 또 누군가는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루돌프들을 운동시키고, 얌전하게 말을 잘 듣게 할 수 있는지. 엘프들에게는 다양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쉽게도 아니다. 단지 산타의 진심 어린 마음이 루돌프에게 전달되었을 뿐이다. 산타를 좋아하는 루돌프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산타를 돕는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최선을 다해 임한다. 덕분에 루돌프 관리 엘프들은 어려움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산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는 6마리지만 출전을 준비하는 루돌프를 다 합하면 30마리 정도가 된다. 어린 루돌프부터 오랜 시간 산타와 함께 해온 나이 지긋한 루돌프까지 그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체력테스트를 받고 떠나기 직전 선발된다. 경쟁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안전함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산타는 어느 루돌프도 잃고 싶지 않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컨디션의 루돌프만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 선발되지 못해 남게 되는 루돌프도 산타와 배달을 떠난 엘프들도 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겨야 하고 누군가는 져야 하는 경쟁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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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은 약간은 슬픈 날이다. 가장 오랫동안 일해 온 루돌프의 은퇴식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체력 테스트를 하던 중 한 루돌프의 심박수가 전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발견했고, 모든 루돌프 관리 엘프들은 모여 회의를 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한 뒤에 그 루돌프의 은퇴를 결정했다. 모두가 더 이상의 활동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며칠간의 휴식을 취한 루돌프는 오늘 다시 건강센터로 돌아왔다. 은퇴식을 앞두고 말이다. 루돌프 관리 엘프들은 정성스럽게 루돌프를 씻기고 최고급 오일로 온몸을 마사지해주었다. 루돌프는 한결 깔끔해진 모습으로 은퇴식장으로 들어섰다. 이 자리에는 산타를 포함한 모든 엘프들이 모였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모두가 일을 멈추고 루돌프의 은퇴식에 참여했다. 산타는 말없이 루돌프를 꼭 껴안아 주었고, 엘프들은 루돌프에게 꽃을 뿌려주었다. 루돌프 귀에 꼽혀있는 칩도 빼주었다. 산타의 목소리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추적장치가 달린 칩이었다. 이제 루돌프는 썰매를 끌고 달리지 않아도 됐다. 자신의 상황을 잘 안다는 듯 의연한 모습을 한 루돌프는 그동안 자신을 관리해준 엘프들과 한 명씩 눈을 다 맞추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동안 수많은 루돌프와 수많은 엘프들이 은퇴를 했다. 다들 이곳을 떠나 산타마을 안에 있는 요양센터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죽음을 맞이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이들도 많다. 산타는 이들의 탄생과 죽음을 지켜보며 굳건히 이곳에 있다. 산타는 앞으로도 누군가와의 이별을 계속해서 마주해야 한다. 누구보다 슬프고 외롭겠지만 참아야 했다. 산타는 그래야 했다.






From Elf


12월 20일


글/그림 에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