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일기장

by 복순이

내가 꿈꾸던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다.

좋은 대학교를 나와 대기업에서 일하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20대 후반의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줄 알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여자주인공 같은 삶을 살 거라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게 있었다.


다들 나와 같은 꿈을 갖고 있는 줄은 몰랐다.

좋은 대학교에 가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모두가 꿈꾸는 미래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 비해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바라는 건 많았다. 당연히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고 그럴 때마다 남탓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씁쓸해했다.


2025년에 백수가 되었다.

가끔 사람들이 '뭘 하고 싶냐' 물어볼 때가 있다. 정말 모르겠어서 '나도 모르겠다, 찾는 중이다, 글쎄요'라고 답했다. 뭐 그리 대단한 걸 하려고 이러나 싶지만 정말 모르겠다. 그렇지만 요즘은 무언가 시도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남을 탓하지도, 그리고 세상을 탓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조금 궁금해졌다.


지금의 내 모습이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만들어진 것은 아닐 테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하나, 둘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취향이 생기고 성격이 형성되었을 터이니 그 기록을 좇아가면 나를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일기장부터 들춰보았다.


일기를 읽으면서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 반면,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은 기록도 있다. 머릿속에서 가물가물 잊혀가던 고유명사가 적혀있는 걸 보곤 '이거였지!' 하며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이건 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이렇게 쓴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일기를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진다.


12살의 나는 이런 내용의 일기를 썼다.

어른들은 흔히 사랑을 하면 행복이 시작된다고 하지만, 행복 그 자체도 잘 모르겠다. 아~ 나도 어서 어른이 되서 사랑이란 글자를 잡아 행복해지고 싶다. 근데 왜 사랑은 남녀가 해야만 하는 걸까? 내 자신이랑 나부터를 사랑해도 괜찮을 텐데 말이다.

일기를 읽고 난 후 나는 이런 사람이었나? 생각하며


그 시절 추억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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