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칼국수를 좋아한다
200914
지난 주말, 전남 무안에 있는 동기집에 친구 4명이 모였다. 다들 꽤 오랜만에 보는 거다. 한 반년? 무안 동기가 낚시가 취미여서 낚시도 배워보기로 하고, 또 최근 캠핑장비를 구입했다길래 캠핑 느낌도 한번 내보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 낚시용품점에서 지렁이를 사고, 점심으로 도로변에 있는 등산객들 가득한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바다에 도착해선 트렁크에서 캠핑 장비들을 꺼내고, 적당한 자리를 잡아서 어기적 텐트를 쳤다. 몇 명은 텐트에서 쉬고, 몇 명은 낚시를 한다. 저녁땐 캠핑장 매점에서 파는 치킨을 사 와 먹었다.
분명 성인이 되고 이렇게 낚시하고, 캠핑하는 게 처음인데,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 가족여행이 생각났다. 초등학생쯤 일거다. 10살쯤 일려나, 대부보가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여서 가족끼리 종종 갔다. 여러 번 가서 매번 매번을 자세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항상 이런 느낌이었다. 주말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야 해서 엄청 짜증 낸다. 대부도 가는 길에 낚시용품을 파는 트럭에서 지렁이를 사고, 어느 식당을 들어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난 그때는 칼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바다에 도착해서 아빠가 텐트를 친다. 엄마랑 누나랑 조개를 잡기도 하고, 아빠가 갈대 같은 풀이 많은 곳에 찌를 던졌다가 걸려서 낚시줄을 잘랐던 기억이 있다. 작은 복어를 잡았던 것도 생각난다. 신기한 돌멩이를 발견하면 텐트로 가져와서 놀았다. 집 오는 길에는 차 막힐 때 어디선가 나타난 빵장수에게서 옥수수빵을 사서 먹곤 했다.
같은 바다여행이지만, 20살에 친구들끼리 가던 바다여행과는 결이 다르다. 그땐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여행이 시작된다. 경포대나 해운대 같은 유명한 곳을 가서 근처 맛집을 검색해 수제버거 따위를 먹는다. 바다에선 한 명을 들어서 물에 던지고, 모래장난을 하거나 바나나보트 같은 액티비티 가격을 기웃거린다. 숙소에 들어와선 냉동만두를 데워서 술을 먹고, 치킨을 시키고 할리갈리 등의 보드게임을 한다.
이번 여행은 그 결이 20살이 아니라 10살과 비슷했다. 10살 때 주말에 졸린데 억지로 끌려가서 툴툴댔던 그 여행을, 이제 내가 계획해서 간다. 지금 내 나이는 10살보다 그때의 엄마 아빠 나이와 더 가깝다.
난 이제 칼국수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