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고민러의 답정너질문 쓰레기통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거진 10년간 애용하고 있는 ‘해결의 책’이라는 어플이 있다. 어플을 켜서 아무 질문이나 생각하면서 터치하면, ‘너의 생각대로이다’ ‘주변의 조언을 들어라’ ‘다시 한번 점검하라’ 등등의 어떤 질문에도 적용 가능한 그럴싸한 답변이 나온다. 나는 사소한 고민들, 오늘 뭐 먹지라던가, 맥주를 먹을까 말까 등등을 주로 물어보고, 가끔은 나름 결정이 어려운 고민들도 이 책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묻다 보면 가끔씩 소름 돋을 정도로 그럴싸하게 대답해줘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농담으로 이게 내 종교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한다.
가끔 뼛속까지 이과인 친구들은 그런 미신적인걸 왜 쓰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내가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정말 명확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화된 프로고민러의 답정너질문 쓰레기통’
나는 MBTI 성격 분류 중에서도 J가 되게 높게 나오는데,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이다. 하루 중에도 몇 시에 뭘 하고 그걸 끝나면 뭘 하는지 미리미리 생각해놓고, 또 효율적 동선 빌런이여서 헛걸음은 절대 안 하게 여러 이벤트의 배열을 수시로 갱신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말은 즉 사소한 고민이 하루에도 수없이 생긴다는 뜻이다. 아, 헬스를 먼저 갈까 카페에서 공부를 먼저 할까? 카페는 어느 카페를 갈까? 밥은 사 먹을까 집에서 해 먹을까? (실제로 내가 거의 매일매일 하는 고민들이다.)
이 와중에 나는 또 수다스러운 카카오톡 중독자여서, 저렇게 생기는 내면의 많은 질문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무의식에 물어보게 된다. 근데 그중 몇몇은(대다수일 수도 있다) 사실 소위 말하는 답정너스러운 질문으로, 사실 친구가 뭐 어떻게 하라고 해도 별 듣지 않는다. 이런 답정너 질문들은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해결의 책에 물어보는 것이다. 책은 피곤해하지 않는다.
답정너 질문을 받고 “넌 너 맘대로 할 거면서 왜 물어보냐?”라는 반응이 오면 사실 좀 억울하기도 한 게, 물어보기 전에는 나도 내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고 그 답이 와서야 내 진짜 속마음을 조금은 엿본 거다. 예를 들어, 핸드폰을 바꿀까 말까 고민 중인데, 해결의책이 ‘바꿔!’라고 답하면, 그게 내가 진짜 바꾸고 싶었으면 ‘역시 해결의 책이야.’라고 반응하고, 사실 바꾸기 싫었으면 ‘흠,, 근데 지금 폰도 아직 쓸만한데,,, 살만한 폰도 없고,,,,’하며 자연스레 반박이 줄줄 나온다.
가끔 물어보는 거 자체로 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때도 있다. 다이어트 관련된 질문은 99% 다이어트하기 싫어서 물어보는 거다. 운동 갈까 말까,, 치킨 먹을까 말까,, 이미 너는 답을 알고 있고, 운동 가라 해도 반박할거리 한 바가지, 치킨 먹지 말라해도 변명 오만가지 나온다. 이런 경우를 보면 속마음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대로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내가 해결의 책을 쓰는 방법이다. 나도 잘 모르겠는 나의 속마음을 질문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