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시간에 조깅을 해야 해

by 이전철


200915

축 쳐지는 다운되는 날. 그래도 deep우울데이는 아녔는지, 조깅하러 갈 힘이 남아있었다.
해지기 30분 전. 하늘이 보라색, 분홍색, 주황색, 하늘색, 남색 그 어딘가의 색이다.
백예린 노래를 들으며, 디스토션 잔뜩 넣은 기타 소리에 집중하며, 더도 말고 3km 15분만 뛰었다.
‘기분 좋아’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순간이다.


뭔가 좀 웃긴 게, 제일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는 ‘우울감에서 회복하는 순간’이다.
모든 건 상대적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다가 먹은 초콜릿과, 매일 먹은 초콜릿의 행복감의 정도는 다르다.
건강하지 않았다가 건강해진 것과, 매일 건강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정도는 다르다.
분명 전자의 행복감과 고마움이 더 크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전자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항상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만약 굴곡이 inevitable 한 거라면 그걸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하는가.
쭉 행복하기 vs 불행했다가 행복하기
기분 좋은 날 일몰 조깅 vs 우울한 날 일몰 조깅
하와이에서 조깅했던 날 vs 오늘 한 조깅
항상 휴가 vs 출근 노예의 삶을 살다가 휴가: 딴 건 모르겠고 이건 전자가 너무 밸붕인데. 항상 휴가처럼 지내는 사람은 그 하루가 덜 소중하긴 하겠지. 내 꿈은 그럼 항상 휴가처럼 지내면서, 그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 되기.
행복을 이렇게 비교하고 정량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성적이 낮을수록 올라갈 일만 남았다=우울할수록 행복할 일만 남았다

역설적으로 사고해보기: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사소한 불행 선택하기. 인간이 이렇게 진화해버렸다면 써먹으면 되잖아?
밥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간식을 참기.
잠을 더 푹 잘 자기 위해서 낮잠을 참기.

어쨌든 일몰시간에 조깅을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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