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되는 법, 에밀리 와프닉

by 이전철



후배가 서점에서 보자마자 내가 생각났다면서 선물해줬다. 후배가 그렇게 바로 생각날 정도로 나는 진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사람이다. 전공과는 아예 다른 분야의 것들에 관심도 많고, 천직이 무엇인지, 삶의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을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꽤나 도움을 주었다.


여기서 작가는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라는 개념을 말한다. 다능인이라는 단어는 사실 번역한 걸 보면 안 된다. 원문은 multi-potential-ite인데 다능인이라고 하면 potential의 의미가 잘 안 나타나고 그냥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능인은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가 어릴 때 듣는 “넌 뭐가 되고 싶니?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은 어떻게 보면 잘못된 질문이다. 이건 우리의 꿈이 반드시 하나여야 된다고 가정하고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고, 또는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또는 애초에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움이 아닌 사람이라, 천직은 아니지만 돈과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 직업을 골라 그 외 시간에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런 다능인들을 크게 4 분류로 나눴다. 하나는 정말 다면적인 일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 하나는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는 사람들, 하나는 워라밸을 챙기며 일 바깥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 하나는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물론 다면적인 일을 여러 개 하면서 워라밸을 챙기다가 나중에 직업을 바꾸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각각의 특징을 보자면, 먼저 다면적인 일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흥미와 흥미를 융합한 일을 한다. 예를 들어, 지리학적 패턴 악세사리 사업이라던가, 과학자와 비과학자를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에디터 등이다. 또는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며 정말 여러 일을 하는 사람, 아니면 애초에 분야가 고도로 다면적인, 인공지능이나, 통합의료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의 다양한 흥미가 결합된 하나의 천직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내가 관심 있는 직업 모델 중 하나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어지는, 소위 말하는 천직을 갖고 싶을 것이다.


다음은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는 사람들이다. 낮에는 간호사로 일하다가 저녁엔 필라테스 강사를 한다던지, 프리랜서 디자이너면서 웹사이트를 운영한다던지 등의 사람이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요즘 유행하는 파이프라인 만들기와 비슷한데, 그건 목적이 돈에 집중되어 있고, 이건 흥미에 집중되어 있다. 나도 취미생활로 돈을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 한 적 있다. 특히 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 방법을 찾아봤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잘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다음은 워라밸을 챙기며 일 밖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인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렇게 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작가는 핵심을 찌른다. “이 직업 모델을 가지려면, 이에 맞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 조건은 퇴근하고서도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보람과 의미, 흥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보면, 역시 쉽지 않은 직업 모델이다. 이 직업 모델의 장점은 역시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며, 자신의 소중한 흥미들이 돈과 연관되어서 재미없어질 우려를 안 해도 된다.


마지막으로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인데, 이 직업 모델에 대해서는 특징을 말하기보다는 여러 조언을 해준다. 재미없다고 무작정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매끄럽게 바꾸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팁들. 인맥을 활용하고, 인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만한 자격증, 학위 등을 갖춰라 등등의 이야기다.


나에게 이 책을 적용시켜보면, 일단 나는 다능인이다. 나는 정말 다양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글쓰기나 작사 작곡에도 관심 있고, 코딩이나 브랜딩, 독서, 운동과 사진 찍기, 디자인, 그리고 내 전공인 한의학 등등 정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 많은 흥미들을 죽이기보다는, 계속 소중히 가져가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직업 모델과 가장 잘 어울릴까? 이건 또 정말 고민이 많은 게, 당장 편하게 드는 생각은 3번 모델, 워라밸 모델이다. 한의사가 정말 하기 좋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1번 모델, 사업가 모델도 계속 눈에 밟힌다. 내 한의원을 개원한다면 그것도 사업이니, 정말 많은 다양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한의원을 하면서 위에서 말한 저 다른 흥미들을 업무 내적으로 융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고, 애초에 1번이든 3번이든 한의사라는 직업을 전제하에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결국 이런 고민은 내가 한의사라는 직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6년간의 공부는 나름 재밌게 했다. 이 사실을 보면 아예 흥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졸업 후 1년 동안 환자 보는 것이 재밌었냐고 물으면, 막 딱히 진료가 재미있고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한의사라는 직업도 정말 다양한 흥미가 결합되어 있다. 독서나 연구, 환자 치료, 대화, 카운슬링, 운동치료, 마케팅, 브랜딩, 공간 인테리어, 아니면 다른 학문과 융합된 경우도 많다. 한의사라는 직업의 모든 면이 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허준이고 신농씨일 거다. 분명 다들 어느 정도의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나의 호불호를 잘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부분을 살려서 일을 하고, 싫어하는 부분은 적게 할 수 있게 할 건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유튜브에 “Why Some of Us Don’t Have One True Calling”이라고 검색하면, 작가가 강연한 짧은 테드 영상이 나오니, 먼저 보길 추천한다.(한국어 자막도 있다.) 좋은 책 선물해준 후배에게 감사하고,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열심히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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