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적 인간관계
첫 번째 화해.
중학교 때 다녔던 수학 영어 학원이 있는데, 거기 같이 다녔던 다른 학교 친구랑 엄청 친해졌다. 그러다가, 내가 너무 과한 장난을 쳤는지 그 친구가 진심으로 화를 냈다. 나도 어렸고 누군가의 화를 받아보는 게 거의 처음인지라 당황했다. 화도 났고,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기도 싫었고, 그랬을 거다. 우린 그렇게 서먹해졌었다. 너무 돌려 말하는 건가, 그냥 우린 그렇게 남이 됐었다. 간간히 교집합 친구들로부터 소식이 들려오는 정도? 고등학교를 어디 멀리 간다고 들었었는데, 웬걸 내가 진학하는 학교에 온다더라. 그러다가 동네 열람실에서 만났다. 나는 뭐 그냥 무시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툭툭 건드리더니 나한테 초콜릿을 주더라. 나 너랑 같은 학교 간다고, 그리고 화해하자고 했다.
나는 얼떨결에 걔와 화해했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고등학교도 같은 반이 됐고, 심지어 기숙사도 같은 방이 됐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 붙어 있게 되면 다시 친해질 법도 한데, 놀랍게도 얘랑은 다시 친해지지 못했다. 이미 한번 서먹해졌었던 사이라 그런지, 이미 정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원래 학원이라는 작은 무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니는 친구 정도의 사이였는지, 우리는 다른 무리에 속해 그냥 같은 반 친구 정도로 지냈다. 졸업할 때는 인사도 안 하는 사이로, 지금은 연락할 방법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두 번째 화해.
대학교 때 알게 된 친구다. 맨날 붙어 다녔다. 어린 나, 반성스럽게도, 좀 집착이 심하긴 했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엄청 싸우고 한동안 인사도 안 하는 사이로 지냈다. 그런데 얘가 종강 날 내 동선에서 기다리더니 또 뭔가 주면서 방학 잘 보내란다. 약해진 내 마음, 갠톡 했다. 너도 잘 보내! 고마워. 그리고 밥 한번 먹고, 우린 다시 적당한 친구 사이로 지냈고, 나는 고통받았다. 왜냐면 나는 화해할 준비가 안 됐었고, 화해해서는 안됐다. 그 녀석 얼굴만 봐도 스트레스인데 친구로 지낸다? 차라리 서로 없는 취급하고 지내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뭐 근데 지금 와서 다시 돌아가면 화해 안 할 거야?라고 물어본다면 또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태생이 사람을 좋아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친하게 잘 지내보려고 하게 된다. 얘랑 싸운 후 화해한 때도 그랬다. 일단은 화해했으니까 잘 지내보자. 남은 대학생활 그렇게 나름 적당한 친구 사이로 잘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일부러 굳이 만나진 않지만 어쩌다 만나면 안부 묻고 시답잖은 농담할 정도의 사이는 된다.
화해는 어렵다. 뭐 그냥 친구랑 잠깐 말다툼했다가 미안,, 이렇게 하는 건 몰라도, 진짜 안 볼 사이가 됐었다가 다시 연락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익숙해지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1차원이 아닌 거 같다. 그냥 단순 내가 느끼는 그 사람의 행동과 성격을 점수화해서 플러스이면 좋은 사람, 마이너스이면 나쁘고 나랑 안 맞는 사람으로 해버릴 수가 없다. 이건 2차원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한 10차원이 넘을 거 같다. 이런 부분은 좋고, 이런 부분은 별로고, 그런 부분들이 정말 많이 모여서 어딘가의 수직선에 점이 찍힌다. 심지어 이것이 시간축과 나의 변화라는 축까지 더해져서 이 시기의 이 녀석은 정말 좋았지만 다른 때의 녀석은 개차반일 수가 있고, 그 좋았던 녀석도 내 가치관이나 성격이 변하면 또 개차반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두 친구는 정말 좋은 친구였다가, 그냥 그런 반 친구이다가, 지금 와서는 연락도 안 하는 그냥 약간의 궁금함 정도가 돼버렸는데, 혹시 몰라, 5년 뒤에는 또 절친이 되어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