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의 제주도 여행

by 이전철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느낀 점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면 안 되겠다였다.


작년 일을 시작한 이후로 제대로 된 휴가를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허구한 날 맨날 제주도 가자~ 이런 식으로 말만 하다가, 친구가 자기가 무슨 예약 엄청 빡센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간다고 했다.


그렇게 여행날이 되고 그 숙소에 도착했다. 친구가 숙소 링크를 보내주긴 했었는데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냥 썸네일 사진만 봤을 땐 오 괜찮다~ 싶은 숙소는데 웬걸, 직접 보니 진짜 너무 좋았다. 정말 영감 가득한 공간이었다.


뭔가 괜히 요가해야 될 것 같은 거실. 빛도 너무 이쁘게 들어온다. 무슨 bgm도 있다. 호스트 분이 직접 셀렉한 듯한 분위기 있는 노래가 나온다. 보통의 집이라면 티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 티비 대신 큰 책장이 있다. 책장이 높지 않고 옆으로 넓으니까 더 전시 공간의 느낌이 되었다. 화장실도 일반 가정집과는 많이 달랐는데, 가장 놀란 건 야외 욕조와 샤워장. 이런 걸 집에 둘 수 있구나, 싶었다. 겨울이라서 목욕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여름에 또 와서 꼭 해보고 싶다. 세면대도 두 대나 있고, 세면대 앞에는 현무암에 구멍을 뚫어서, 딱 칫솔을 꽂으라는 듯이 돼있었다. 이것도 너무 자연친화적이고 귀여웠다. 어매니티는 다 이솝 것이었다. 좋은 거 알고 있었지만 비싸서 안 써봤는데, 괜히 비싼 게 아닌지 향이 정말 좋았다.

이렇게 너무나도 좋은 경험을 하고 나서, 친구랑 정산하면서 숙소 가격을 확인해보니, 1박에 20만 원 정도였다. 여행 가서 잠만 자면 됐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아예 필터링에 걸려서 검색조차 되지 않을 가격이다. 그런데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왜냐면 내가 몰랐던 좋은 숙소가 줄 수 있는 경험과 영감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 숙소에 묵을 기회가 없었다면 난 아마 평생 1박에 5만 원 이하의 숙소만 찾아서 다녔을 것 같다. 그럼 그만큼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기겠구나, 싶었다. 아, 나름 여행 베테랑 소리 종종 듣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내가 아는 것이 진리고 전부인양 떠들지 않기. 새로운 경험을 마다하지 않기.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정의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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