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적인 갈등 상황 프로토콜
오늘 주차하다가 모르는 사람한테 괜한 면박을 받았다. 차를 왜 이따구로 대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나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댄 거였는데,, 여튼 갑작스러운 적대감에 부들부들 댔다. ‘아! 이런 경험 너무 싫어!’라고 그냥 끝내기보다 다음부턴 이런 경험을 더 잘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 나의 이상적인 갈등 상황 프로토콜을 정리해봤다.
연인과의 갈등이든, 롤에서 잠깐 같은 팀이 된 사람의 욕설이든, 그 둘 사이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대감이 사용되는 것이다. 이 대원칙을 가지고 갈등을 마주했을 때, 당연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방 청소를 안 해서 엄마가 뭐라 한다면 얼른 후다닥 안 보이게 치워버리면 된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둘 사이에 문제가 없다면, 문제는 상대방 속에 있을 수도 있다. 소위 말해 화풀이. 상대방이 아끼는 사람이라면 속으로 한숨 한번 쉬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상한 사람 취급해버리자.
착한 사람 코스프레하기. 소리 지르는 거 피곤하다. 좋게 생각하면 진짜 인류애 가득한 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거고, 좀 꼬아서 생각하면 “난 이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너가 속이 좁았네~)“ 해버리는 거다. 어느 쪽이든, 결국 친절하게 행동했고, 그건 나 자신을 더욱 올리는 행동이 된다. 좋은 이미지 형성은 문제 해결의 치트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비꼬는 말로 내 심기를 건드릴 때, 열 받는데 이걸 화낼 수도 없고, 화내 봤자 요리조리 빠져나갈게 분명할 때, 당당하게 웃으면서 “혹시 기분 안 좋으신 일 있으세요? ㅜㅜ 제가 뭐 불편하게 해드렸나 봐요.”라고 물어보자.
친절하게 하라고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 피곤할 수는 있겠지만, 열 받아 속 터져 죽을 순 없다. 다만, 화보다는 대화로, 화를 내더라도 소리 지르지 않고 조곤조곤 문제 해결에 집중하여 이성적으로 내자. 애기가 장난으로 엄마에게 흙을 던졌을 때, “뭐 하는 거야!!!!!!!!”라고 하는 것보다 “넌 엄마가 너한테 흙 던지면 좋을 것 같니?”라고 하는 게 훨씬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다.
명명백백한 이유가 있는, 나의 실수로 인한 문제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기로 다짐하자. 다짐으로 끝나면 안 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한 장치를 만들자. 알람을 오만 개를 맞춰놓든, 돈을 걸고 내기를 하든, 뭔 장치를 만들어 놔야 또 실수하지 않는다.
억울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오해를 풀어야 한다.
보통 내 탓인지 억울한 상황인지 구분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더 많다. 결과적으로는 내 탓이지만 내 의도는 선했을 수도 있고, 중립적이라고 생각했던 판단이 알고 보니 치우쳤을 수도 있다. 사안이 복잡할수록 ‘문제 해결’이라는 대원칙으로 돌아가자. 문제를 최대한 간단히 만들어 핵심을 빠르게 파악해서 어떻게 해결할지만 생각하자. 애인이 나에게 화내고 있다면, 어찌 됐건 결정적인 것은 애인과의 관계이다. 난 이 관계를 어찌하고 싶은가부터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가면 될 것이다.
문제 해결법이 너무 어려울 수도 있다.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맘대로 오르는 게 아니다.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계속 화를 낸다면, 그 문제의 핵심은 더 좋은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그건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의 개선이나 의학적 치료 같은 다른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 경우 1.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2. 단계를 나눠야 한다. 궁극적 해결책이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꿈을 찾아 노력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노력이 공부라면, 하루 10시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단어를 10개 더 외우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상적인 갈등 상황 프로토콜을 정리 끝. 뻔한 소리 투성이지만 은근 체화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