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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눈송이 Oct 17. 2024

우리가 남으로 만났어도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굳이 무언가를 애써서 하지 않아도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일 것 같아요. 내 눈에 이토록 귀여워 보이는 당신이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요. 둥글게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손가락마저 귀여워 보이거든요. 볼링을 치러 사뿐사뿐 레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당신은 아시나요. 다른 사람에게도 당신이 이만큼 귀여워 보이면 좋겠다 싶다가도 그러면 큰일인데… 하며 걱정이 들기도 해요. 왜냐면 당신은 너무 귀엽거든요!


  당신은 귀가 불편하다고 했어요. 중이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서 한쪽 귀가 자그맣게 들린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당신은 되묻는 일이 많았고, 때때론 알아들은 척할 때가 많아요. 알아들었다는 반응과 다르게 당신의 눈동자는 고개를 젓고 있어요. 눈동자는 거짓말을 못 해요. 어쩌면 당신이 거짓말을 못 하는 거겠죠. 저는 당신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귀엽기도, 속상하기도 해요.


  우락부락한 저와는 다르게 당신은 느긋하고 잘 참아요. 내뱉고 싶은 말, 화나는 상황, 기다리는 연락, 심지어는 답답한 앞 차까지도 우선 참고 기다릴 줄 알아요. 가끔은 지나치게 참아서 탈인 것 같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면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결국 지혜롭고 현명한 건 당신이더라고요. 그래서 전 당신을 닮고 싶어요. 모난 제가 당신을 닮아 둥글둥글해지고 싶어요.


  당신은 제가 아프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에요. 코로나에 걸렸을 때 현관문 넘어 계단 사이로 얼굴을 비추며 제가 안쓰러워 눈물을 흘리던 당신. 다친 발목이 낫지를 않아 당신 집에 갔을 때 우연히 이불 속에 숨겨진 휴지 조각을 보았어요. 제가 아파서 지난밤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는 걸 알았어요. 당신만큼 저를 걱정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우리가 남으로 만났어도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은주씨? 우리가 남으로 만났다면 저는 엄마를 짝사랑했을 것 같아요. 모난 사람은 둥글둥글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둥글한 사람은 모난 사람을 좋아하기 어렵거든요. 당신이 나의 엄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짝사랑이 아니라 맞사랑이니까요.


  엄마는 엄마라서 저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저는 그 사랑을 먹고 밝게 잘 자랐어요. 아빠를 닮아 조금 고집스럽게 태어나긴 했지만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저에게서 엄마의 모습이 많이 보이면 좋겠어요. 엄마에게서 외할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요.


  어린 나이에 일찍 사회생활에 뛰어드는 바람에 짧았던 엄마의 곁이 아쉬워 본인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자식을 키워온 우리 엄마. 엄마의 결핍이 저에겐 충만함으로 채워져 저는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자랐어요. 엄마가 짝사랑이라 느끼지 않게 딸이 줄 수 있는 사랑을 줄게요. 우리 서로 열심히 사랑해 봐요. 저는 은주씨가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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