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두운 밤보단 밝은 낮이 좋다. 해가 길게 떠 있는 것이 좋다. 특히 퇴근길이 환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시간을 번 것 같은 느낌 :) 그래서 여름날의 퇴근은 하루의 두 번째 시작 같다. 그렇다고 딱히 뭘 하는 건 아니다. 집으로 가는 잠깐의 순간에 행복이 더해질 뿐이다.
그런 내가 24절기 중에서 동지를 제일 좋아했다. 일 년 중에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를 말이다. 반대로 하짓날에는 울적했다. 그 모순의 이유는 단순하다. 앞으로 해가 길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 좋았고, 해가 짧아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 속상했다. 이런 것을 보면 나는 기대할 수 있는 미래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쉬고 있는 일요일 저녁보다 일하고 있는 금요일 오후가 더 좋은 것을 봐도 그렇다. 다가올 시간에 지레 설레는 걸 잘한다. 그래서 늘 ‘지금’이라는 시간에는 덤덤한 편이었다.
예전에 한 예능에서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기억한다. 앞날을 준비하느라 오늘을 놓치며 살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말이었다. 그 이후로 YOLO 열풍이 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현재’라는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현재를 즐기다 미래가 엉망이 될까봐 불안했다.
그런 내가 점점 동지보단 하지가 좋아진다. 해가 길어질 시간보다 해가 길어진 시간이 더 좋다. 동지에서 하지로 마음이 옮겨가는 것이 마치 현재를 더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여행이란 ‘여기서 행복’의 줄임말이라고, 인생에서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이루는 지름길은 지금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행복의 비밀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고, 현재는 그 자체로 완전하니 미래의 수확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고. 이런 문장들이 마음에 소복이 쌓여서 하지가 좋아졌나 보다. 내 삶의 초점이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맞춰지는 듯하다. 요즘 만나는 친구들마다 나보고 왜 이렇게 바쁘게 사냐고 묻는다. 일, 운동, 독서, 글방, 만남, 여행.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매일을 꽉 채우며 살아간다. 하루하루 열심히 지금을 수확해야겠다.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