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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Aug 04. 2022

사랑, 하루에 하나씩

6. 이거 참 맛나다!

   "서걱, 서걱, 서걱."


   엇갈리게 썰어야 한다는 셰프의 말대로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썬다.


   '지난주 통화에서 갑상선도 부은 것 같고 침도 삼키기 어렵다'라고 했다.

   '밥 맛도 없고......'


    91살이신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이틀 후에 딸에게 가져다 줄 생각으로 준비 중이던 참외장아찌를 더 만들었다.


   아내가 폴란드에 간지도 벌써 한 달이 다돼가고 그 기간 동안 유튜브를 보며 요리 실력을 한껏 늘려보았다.


   배추김치도 담아보고, 겉절이에 깍두기까지 담아보았다.

   오징어볶음과 제육볶음 그리고 닭볶음탕도 성공적이었다.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많이 해 먹은 것은 순두부 계란찜이었는데 강추다.

   기장 좋아하는 돼지등뼈감자탕에 미니 족발을 넣어보는 실험도 괜찮았다.

   아내가 가져오라고 주문한 깻잎장아찌와, 최고의 별미 참외장아찌도 만들었다.


   옛날에는 어머니께서 노란 참외를 따고 남은 덜 익은 파란 참외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빠, 이거 대박인데요! 너무 맛있어요."


   딸이 처음 먹어보는 참외장아찌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그래?"


   내가 먹어봐도 맛있다.

   아삭하고 쫄깃한 시감에 참외 본연의 단맛과 식초의 약간 새콤함 그리고 참기름 맛과 어우러진 손맛과 정성이 담겨있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실 거란 생각을 하며,

   배추김치, 겉절이, 깍두기, 깻잎장아찌 그리고 참외장아찌를 비닐봉지에 넣어 포장을 했다.


   '참외장아찌를 드시면 입맛이 도실 거다.'


   휴가철이지만 그렇게 밀리지 않아서 2시간 만에 시골집에 도착했다.

   어머니께서는 생각지 않은 아들의 방문에 기뻐하면서도 걱정을 한다.

   '아니 뭐하러 왔니? 길도 밀릴텐디?"


   "어머니 입맛 없다고 하셔서 제가 드실 반찬 몇 가지 해왔어요."


   "아이 뭘 이런 걸 해와! 에미가 다 해 먹는데~~."


   "어머니, 이건 배추김치, 이건 겉절이 그리고 이건 깍두기, 그리고 요 조그만 비닐봉지는 깻잎, 그리고 이건 참외장아찌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참외장아찌와 깻잎장아찌를 그릇에 옮겨 담으시며 참외장아찌를 하나 집어 드신다.


   "이거 맛나다 야."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남자가 뭐하러 이런 걸 만들어 가지고 왔느냐면서 좋다는 말을 에둘러 말씀하신다.


   어머니께서 인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려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잘 도착했냐고 하시며 울컥하신다.


   명절 때 음식을 해가지고 가긴 했지만 당신을 생각하며 처음으로 아들이 갖다 준 참외장아찌를 먹어보며 좋으셨던가 보다.


   "참외장아찌 만드는 방법을 배웠으니 이제는 에미가 만들어 먹을 테니. 더는 안 만들어 와도 된다."


   지금까지 어머니께 받기만 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만 했다. 매번 받기만 하고 기껏 참외장아찌 한 번 밖에  못 만들어 드렸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짠해온다.


   '어머니, 가져오지 말라고 하시지만 다음에는 더 맛있는 참외장아찌를 만들어 갈게요. 양념으로 사랑도 한 숟가락 듬뿍 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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