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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Aug 02. 2022

정말 안 맞네.

골프에서 배우는 학습 관리


   더블 부킹으로 한성 CC에서 허탕치고 온 지 3개월이 지났는가 보다.


   아침 근무 시작 전에 신 상무가 방으로 찾아와서 요즘 근황을 전한다.


   신 상무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난번 더블 부킹 사건을 꺼낸다.


   “이 전무님, 박 전무님께서 지난번에 더블 부킹 때문에 라운딩 못 한 것을 미안해하시며, 이번에 다시 날 잡아서 가자고 하시는데요. 괜찮은 날짜 주세요.”


   “그래? 좋지. 나는 다다음 주 괜찮아. 일정 확인되면 알려 주세요.”


   “박 전무님 하고 상의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완연한 봄 날씨. 스프링빌 CC는 처음인데 오늘 라운딩이 기대된다


   골프장에 들어서는데 군데군데 하얀 눈이 보인다.


   “아니, 이 봄날에 무슨 눈이야?”


   “어제 지역에 따라 눈이 왔다고 하더니 여기도 눈이 왔는가 보네요. 이번에도 또 라운딩 못하는 건 아니죠?”


   캐디가 어제는 눈이 제법 와서 라운딩을 취소했지만, 오늘은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눈을 많이 치워서 라운딩 하기에 별문제 없다고 말한다.


  첫 홀은 항상 어렵다. 첫 홀의 첫 번째 티 샷을 하는 경우는 더 긴장된다. 잘 쳐야 된다는 생각은 더 긴장하게 만들고 몸이 경직된다.


   “조 부장, 무슨 스윙을 그렇게 그리냐? 그냥 풀스윙으로 휘둘러서 쳐야지.”


   “전무님, 자꾸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나서 달래서 치고 있습니다.”


   “달래서 친다고? 제 스윙을 못하면 스윙 궤도에 볼이 맞지 않고 거리도 너무 안 나가고, 더 안 맞던데 그냥 제 스윙으로 쳐야 볼이 제대로 가지.”


   달래서 치는 조 부장의 첫 티 샷은 역시 제대로 맞지 않아서 오른쪽으로 나가 버린다.


   두 번째로 타석에 올라가는 신 상무가 조 부장에게 멀리건을 준다.


   신상무는 요즘 투어 프로에게서 레슨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칠지 기대가 된다.


   옆으로 회전해야 거리도 늘고 백스핀이나 사이드 스핀이 줄어서 거리가 더 난다고 배웠다는데 막상 티 박스에 선 신 상무의 프리 샷 루틴에는 변화가 없다.


   “신 상무, 빨리 치세요.”


   우리가 재촉해서 그런지 왼쪽으로 감기며 나가버린다.


   “프로가 가르쳐 준 샷은 어디 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안 맞네요. 맘대로 안 돼요.”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 같다.


   '프로에게서 배우고 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는 샷을 보니 답답하기도 하겠다.'


   제대로 맞는 드라이버 샷이 없다. 투어프로에게서 배운다는 신 상무의 샷이 전혀 안 맞는다. 왼쪽으로 감기고 뒤땅 나고 참 어렵게 친다.


   그리고, 신 상무의 프리 샷 루틴이 너~~ 무 길다.

  

   볼 뒤에서 세 번에서 네 번을 휘두른 다음 다시 옆에서 세 번 정도 휘두른다. 그리고 치기 전에 몇 초를 그냥 공을 바라본다.


   타이밍을 잡으려고 그러는지 손에 힘도 들어가는 것 같고 경직됨이 보인다.


   “신 상무, 프리 샷 루틴이 너~~ 무 길어요. 프리 샷 루틴이 너무 길다 보니 본인의 리듬도 깨지고, 공을 오래 쳐다보면서 근육이 경직되는 것 같아요.”


   박 전무한 마디 거든다.


   “신 상무, 프리샷 루틴을 간결하게 하고 힘을 빼면서 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내가 보기에는 연습 스윙은 퍼펙트한데.”


   “연습 스윙하지 않고 그냥 치면 어떨까요?”


   “그렇지. 연습 스윙은 잘 되니까, 나머지 홀들부터는 연습 스윙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하나에 쳐 봐요.”


   코칭을 통해 좋은 결과가 보이면 그 코치를 신뢰하게 된다.


   코칭을 받고 본인이 선택한 방법으로 실행에 옮겼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면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 4홀 남았습니다.”


   “아니, 벌써?”


   “여기는 몽블랑 6번 홀, 파 3 홀입니다. 오늘은 앞 핀이라 120 미터 보겠습니다. 짧으면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고 내려올 수 있고, 너무 길면 뒤로 내려갑니다.”


   “8번 아이언 주세요.”


   내가 친 샷은 그린 중앙에 잘 떨어졌다. 버디 찬스!


   신 상무도 8번 아이언을 꺼내 들고 방향을 잡은 뒤 ‘하나’에 그냥 친다.


   “나이스 샷!” “나이스!” “와!”


   동반자들의 환호성에 동시에 터진다. 공이 방향과 거리가 완벽하게 날아가서 홀 컵에 붙는다.


   “거 봐, 신 상무. 그냥 ‘하나’에 치니까 잘 맞네.”


   “하하하, 박 전무님 말씀대로 ‘하나’에 치니까 부드럽게 잘 맞네요.”


   신 상무의 공은 1.5 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고 내 공은 5 미터 정도에 떨어져 있다. 박 전무는 그린 앞 에지에서 가볍게 파로 연결하고 조 부장은 투 온 투 퍼트에 보기를 기록한다.


   “자, 하나 넣어 봅시다.”


   부드럽게 퍼팅이 된다. 느낌이 좋다. 들어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역시 생각한 대로 공이 굴러가며 약간 내리막을 탄다.


   “땡그랑”


   소리가 경쾌하다.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나이스 버디’ 소리가 들려온다.


   “신 상무, 버디 기대됩니다.”


   신중하다. 평상시 퍼팅을 잘하는 신 상무의 퍼팅이 내가 친 공의 라인을 타고 그대로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간다.


   “땡그랑”


   신 상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핀다. 반면 박 전무와 조 부장은 ‘헉’ 한다. 쌍 버디다. 신 상무는 자신의 버디 성공을 박 전무의 원 포인트 코칭에 돌린다.


   “박 전무님 덕분에 버디 했습니다. 전무님 버디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오늘 정말 안 맞네요.”


   계속 드라이버를 달래 치던 조 부장이 세 홀을 남겨 놓은 16번 파 4홀에 오면서 풀 스윙으로 바꾼다.


   “굿 샷!”


   왼쪽 도그레그 홀인데 약간 슬라이스가 나면서 오늘 친 공 가운데 가장 잘 친 공으로 120 미터 정도 남겨 놓고 페어웨이 가운데에 떨어진다.


   “이 전무님 말씀하신 대로 진작에 풀 스윙으로 할 걸 그랬습니다.”


   “조 부장, 풀 스윙으로 공이 제대로 맞는 것을 보니 좋네요. 남은 세 홀 잘 쳐서 다음 라운딩을 기대해 봅시다.”


   배우는 사람이 그 성과를 보여줄 때 가르치는 사람은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


   특히 조직 내에서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상사로써 그 기쁨을 뭐라 말할 수 없다.




   “안녕하세요. 전무님!”


   전화기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반갑다. 이 부장의 항상 긍정적인 목소리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아, 오랜만이네요. 이 부장. 어쩐 일이에요?”


   “전무님께 한 가지 조언을 구하려고 전화했습니다.”


   공장에 근무하는 부장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를 해서 의견을 구하고 본인의 업무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무슨 일인데요?”


   “전무님, 전에 잠깐 말씀드렸었는데, 물류 부서의 상사는 부하직원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고, 부하직원은 상사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저에게 메일을 보내왔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부장, 두 사람이 불만을 갖고 이유가 뭔지 확인해 보았어요? 골프에서 샷이 제대로 안될 때는 옆에서 보면 그 원인이 보이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일단 부서장이 업무에 정통하지 못하다 보니 기한 내에 업무를 끝내지 못할까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부하직원들에게 재촉하게 되고 여유가 없습니다. 거기에 격려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못하고 의사소통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부장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이 부장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


   “먼저 그 해당 부서장에게 그룹 관리자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으라고 요청할 생각입니다. 지난해에도 교육 이수를 요청하였는데 바쁘다고 받지 않았거든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하직원에게는 조금만 인내하도록 설득하겠습니다.”


   “교육으로 기본적인 행동이나 생각이 바뀔까요?”


   “100% 바뀌지는 않겠지만 부하직원에 대한 관리 방법이나 리더십 그리고 피드백 등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또 있을까요?”


   “멘토를 붙여주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공장 내에는 멘토가 없어서 서울에서 한 분 추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멘토는 제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장은 해당 부서장이 자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도 고려하며, 해당 부서장이 팀 관리를 제대로 못하여 이번에 또 부하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에는 본인의 경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음도 경고할 예정이라고 생각을 덧붙인다.


   얼마 후에 이 부장이 결과를 알려왔다.


   “전무님, 잘 해결되었습니다.”


   이 부장이 밝은 목소리로 그동안의 진행 사항을 전해 준다.


   “지난번에 조언해 주신 대로 교육도 보내고, 멘토링하고 제가 만나서 경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나서 약간의 행동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데요?


   “해당 부서장이 팀원들과 한 명씩 면담을 해서 그동안 자신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방식을 바꾸어 나가겠다고 약속했고 부하 직원들은 믿고 서로 협조하고 도와주기로 설명했습니다.”


   “멘토링은 어땠어요?”


   “서울에 있는 김 전무님께서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오셔서 두 번 미팅을 가지셨는데 해당 부서장이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멘토링을 통하여 본인의 관리 스타일에 대하여 점검을 받았고 칭찬과 동기 부여 등에 대하여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발전을 위하여 코칭을 해 준다면 감사해야 한다. 내가 모르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상사이기 때문에 늘 피드백에 감사하고 코칭받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프리 샷 루틴을 바꿔서 좋은 버디를 만들어 낸 신 상무와 달래서 치는 샷에서 풀 스윙으로 좋은 드라이버 샷을 날린 조 부장 모두 코칭을 받아들인 결과다.


   좋은 결과는 계속 코칭을 기대하고 다음 라운딩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조언을 구하는 이 부장과 문제의 해당 부서장 모두 코칭을 받아들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골프나 회사 조직이나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코칭은 받아들일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제 풀 스윙하자.


   프리 샷 루틴 길게 하지 말고 바로 쳐 보자.


   다른 사람의 코칭을 구하고 적용해 보자.


   결과가 말해준다. 코칭받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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