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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Aug 06. 2022

사랑, 하루에 하나씩

7. 가방에 사랑을 싣고

   '23.1'


   전자저울의 눈금이 눈에 들어온다.


   아내가 사 가지고 오라는 물품들을 하나씩 넣다 보니 여행 가방이 꽉 차고 넘친다.

두 개씩 들어간 것과 부피 큰 것 그리고 무겁고 폴란드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품목을 다시 빼면서 가방 무게를 줄였다.


   그래도 뺄 수 없는 것은 내가 담서 어제저녁에 준비해 놓은 노란 참외장아찌와 깻잎장아찌다. 영상 통화하면서 아내와 딸에게 보여 주었더니 '맛있겠다'며 침을 삼키는 모습에 포장할 품목 일 순위로 삼았다.


   8시 5분에 바르샤바행 비행기가 예정대로 이륙한다.


   만석이다.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꼭 내 여행가방같이 꽉 차있다.


   '다 폴란드 가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경유하는 사람들?'


   해외 출장 시 복도 쪽 자리를 선호하는데 이번에는 지정된 대로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역시 이동하는데 불편하다.


   화장실에 가려면 옆에 앉은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민폐를 끼치게 되니 화장실 가기도 쉽지 않고 스낵바를 이용하거나 잠시 일어나서 다리를 풀어주기도 어렵다.


   '갈 때는 복도 쪽 자리에 앉아야지'


   13시간 걸린 것 같다. 무사히 바르샤바에 도착해서 짐을 기다린다.


   아내와 딸로부터 문자가 들어와 있다. 공항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짐 찾는 중'이라고 문자를 보며 2번 짐 나오는 컨베이어서 기다려도 내 가방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 다음에 텔아비브 그리고 다음 비행기의 짐이 다 나왔는데도 내 가방은 보이지 않는다. 1시간 20분이 지난 것 같다. 전광판에는 여전히 서울 FIRST BAG이라 떠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아빠, 천천히 기다리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행히 옆에 한국인 부부도 짐이 하나가 안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위안이 되면서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하~ 이거 분실되면 안 되는데!

   전부 식품이나 약품이라 살 수도 없는데.

   그리고 참외장아찌와 깻잎장아찌는 어떻게 하지?

   일부러 먹이려고 새로 담가서 가져왔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운다.


   옆에서 짐을 기다리던 부부가 화물을 확인하고 다니는 폴란드 직원에게 아직 짐이 안 나왔다고 말하니 큰 짐은 건너편에 있는 오버사이즈 화물로 가서 확인하라고 한다.


   그분들의 짐은 거기에 있다.

   그런데 내 가방은 어디에 있지?

   거기에 안 보인다.


   아직도 돌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있는 흰색 가방이 눈길을 끌고 발길을 붙잡는다. 흰색 가방을 뒤집어 보니 내 가방이다. 반대쪽 면에 있는 스티커만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선입견 때문에 나와 있는 가방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어이구 바보!'


   가방을 끌고 출구로 나가니 딸과 아내가 반갑게 맞는다.


   "아빠, 가방 찾았네요."

   "그래 찾았다."


   참외장아찌를 찾아와서 너무 좋다

   깻잎장아찌를 찾아와서 너무 좋다

   아내와 딸에게 줄 사랑을 찾아와서 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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