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바 Aug 09. 2022

왜 말을 안하는 거야?

골프에서 배우는 학습 관리


   “세상에 골프 치면서 말 한마디 안 하는 사람 처음 보았어요. 뭔 그런 사람이 다 있대요.”


   “그러게 말이야. 답답하고 굉장히 불편하더라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라운딩에 관해서 아내와 나누는 말이다.


   날씨가 너무 좋다. 오월 중순이 되니 잔디도 많이 올라와서 푸른 잔디가 싱그럽다. KLPGA를 준비 중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고 보니 여기도 나름 괜찮은 골프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월례회를 이곳, 포천힐스에서 갖는데 지난주 모임에서 81타를 쳤다고 자랑한다. 


   “오늘은 캐디피하고 저녁 내기해요.”


   “오! 여기가 홈그라운드라 이거지?”


   “지난주처럼 공이 맞아 주면 좋은 타수 나올 것 같아요.”


   “그럼 내기하지 뭐.”



   동반자 부부와 인사하고 스코어 카드를 보니 백 사장님과 조 여사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가든 코스에서 시작한다. 첫 홀이 파 5인데 티 샷을 하는 백 사장님의 샷이 좋다. 많은 라운딩을 경험한 노련함이 엿보인다.


   나도 평상시 연습한 대로 치니 거의 비슷한 거리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이제 레이디 티로 이동해서 아내가 티샷을 하는데 지난주의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 탄도도 좋고 임팩트도 좋다.


   거리가 난다. 내 공을 훌쩍 넘어간다. 캐디가 약간 놀라는 눈치다.


   “사모님 거리 많이 나시네요!”


   동반자의 여자분이 놀라는 눈치다. 스윙에 힘이 들어가는지 스윙이 부드럽지 못하고 때리는 샷을 한다.


   “텡”


   드라이버 티 샷 소리가 잘 안 맞은 소리를 낸다. 공은 굴러서 100여 미터를 간다. 멀리건을 줄 수도 없고 난감하다. 첫 홀의 첫 티 샷을 제대로 못한 조 여사의 얼굴이 굳어진다.


   세컨드 샷이 많이 남은 조 여사가 3번 우드를 가지고 간다. 말없이 샷을 하는데 3번 우드 샷이 제대로 안 된다. 공의 머리를 때리니 다시 굴러간다.


   “아이 참 미치겠네!”


   멀리 카트에 있는 우리들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차라리 굿 샷 하는 부부를 만나는 것이 제대로 공을 못 치면서 짜증 내는 동반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짧은 순간에 느끼게 만든다.


   백 사장은 무리 없이 세컨드 샷을 하고 나와 아내도 역시 좋은 샷을 한다.


   특히 아내의 3번 우드 샷이 아주 잘 맞는다. 거리가 많이 나고 방향도 좋다. 가볍게 100미터 지점의 크리크를 넘겨서 60미터 정도를 남긴다. 


   “굿 샷!”


   세 번째 샷을 하는 조 여사가 다시 3번 우드를 들고 간다. 두 번째 샷을 잘 못 쳤는데 다시 3번 우드를 친다. 


   “사모님, 해저드입니다. 건너가서 치시면 됩니다.”


   ‘그린 앞에 벙커가 있으니까 한 클럽 길게 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백 사장이 조 여사에게 코칭을 한다.


   “사모님, 벙커에 들어갔습니다.”


   세 사람은 다 쓰리 온을 시킨다. 나와 백사장은 거리가 조금 멀지만 온 그린 되었고 아내는 샌드웨지로 3미터 정도에 붙인다.  


   “당신 잘 치는데!


   “여기서 월례 회의하는 것이 도움이 되네요.”


   조 여사는 여섯 번째 샷으로 가까스로 벙커를 탈출하고 일곱 번째 샷으로 온그린, 그리고 투 퍼트로 마무리한다.


   다른 사람은 다 파를 하는데 첫 홀부터 4개를 더 치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다시 침묵 모드로 들어간다. 이렇게 시작된 침묵 모드는 18홀을 다 마치도록 계속되고 그래서 그런지 공은 계속 잘 맞지 않았다.  


   조 여사가 한 말은 18홀을 통틀어 10마디 정도 되는 것 같다. 백 사장이 드라이버 샷을 잘했을 때 ‘굿 샷’이라고 한 말 외에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왜 말을 안 하는 거지?’

   ‘우리가 무슨 실수를 했나?’

   ‘오면서 부부 싸움했나?’   

   ‘우리가 말을 걸어야 하는 거야?’


   아내와 둘이서 조용히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불편한 라운딩을 마쳤다.

   



   ‘이렇게 말도 안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아니, 말을 안 하며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산속에서 도를 닦는 스님들은 묵언수행을 하기도 한다지만 말을 안 하고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산업안전 대사전’에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란 뜻을 찾아보니, 커뮤니케이션은 라틴어 Communus에서 유래된 것으로 공통적으로 나누어 갖는다는 의미이며, 언어와 같은 공통적으로 이해되는 심벌에 의해 행해지는 개념의 교환 과정을 말한다. 이는 어떤 형태의 인간관계를 형성, 유지시키는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인간관계를 형성, 유지시키는데 필수적이다.


   조 여사의 침묵은 함께 라운딩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분위기는 가라앉고 답답하다. 


   ‘通하지 않으면 痛한다.’고 했다.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면 어딘가에는 아픔이 생긴다.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생기고, 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기절한다.


   예전에는 시집가는 딸에게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라는 말로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그릇된 관습도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말을 못 하게 됨으로써 그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결국에는 화병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질병이 만들어졌음도 밝혀지고 있다.




   직원들과 슈퍼바이저 개발 프로그램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체험해 보기 위하여 헬륨 장대 게임을 해 보았다.


   일단 14명의 직원들을 7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교대로 바라보게 세운다.


   그리고 바닥에 일직선으로 약 5미터 정도의 선을 테이프로 표시한 다음, 그 위에 1미터짜리 알루미늄 막대를 5개 연결하여 하나의 긴 장대를 만들어 넣는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은 검지를 수평으로 뻗어 그 위에 장대를 올려놓고 어깨 높이까지 올린다.


   “고객은 여러분이 빠른 시간 안에 어깨 높이의 장대를 다시 바닥에 그려진 선 위에 똑바로 올려놓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


   “단 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장대에서 수평으로 펼친 손가락이 떨어지면 불량이 났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합니다.”


   “불량이 났는데 자진해서 떨어졌다고 신고하지 않으면 실격 처리하고 납품을 받지 않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을 재도록 하겠습니다.”


   “시~작”


   이런 게임을 하다 보면 항상 목소리 큰 사람이 나온다.


   “자꾸 올리지 마요.”


   어깨 높이에서 시작했는데 장대를 내리지 못하고 누구는 거의 이마까지 올리고 있다.


   “아이! 가운데 너무 빨리 내리잖아요. 김 과장님, 끝에는 더 올려요.” 


   이제 심판이 등장할 시간이다.


   “제품 불량 났습니다. 이 대리님 손가락이 떨어졌네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손가락이 떨어지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자꾸 올리게 된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고 했는데 한동안 누구의 말을 따른다는 생각도 없고 각자 자기 생각대로 하다 보니 10센티미터도 내리지 못한다.


   답답하다고 느꼈는지 목소리 큰 사람이 다시 등장한다.


   “거기 끝이 너무 높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있고 일단 끝에 있는 김 과장님과 조 대리님만 조금 내립니다.”


   김 과장과 조 대리가 그 말을 따라 조금 내린다.


   “오케이, 좋아요. 이번에는 전체가 가슴까지만 내립니다. 하나에 5센티미터 정도씩 내립니다.”


   “하나”

   “하나”

   “하나”


   가슴까지 내려온 장대는 같은 방법으로 바닥까지 내려오고 고객이 원하는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내려진다.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박수로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축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게임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는지요?”


   참석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흘러나온다.


   “모든 사람은 다 자기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 의견을 표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가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장대를 아래로 내려야 하는데 자꾸만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손가락이 장대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로 말을 하면서 가장 합리적인 의견에 동의하는 것 같았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운 상호 작용을 관리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알 수 있었습니다.”


   각자 자기의 생각을 얘기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렇습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인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능력입니다.” 




   “조 여사가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자신이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하여 백 사장에게 질문하고 기분을 가볍게 가져갔으면 더 나은 스코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동반자들과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아울러 우리 자신의 성장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침묵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의 한 가지 방법이지만 항상 침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상대방과 함께 나누고, 상대방의 의견에 반응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가?


   나는 누구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사랑, 하루에 하나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