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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Jul 20. 2022

백 돌이 부부의 긍정 라운딩

골프에서 배우는 학습 관리

   “여보세요, 추 사장님? 어디쯤 오고 계세요? 우리 캐디가 애타게 찾고 있네요. 추 사장님, 앞에 티가 비어 있어서 저희 먼저 티로 이동해서 티 샷 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후 티 샷을 하려고 하는데 추 사장과 부인인 김여사가 허겁지겁 뛰어 온다.


   잘 맞은 내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날아가서 안착한다.

   추 사장은 아직 숨이 차는지 빈 스윙을 하면서도 숨소리가 줄어들지를 않는다. 


   “아! 오른쪽이다.”


   “첫 홀이니까 하나 더 치시죠?”


   캐디가 내키지는 않기만 멀리건을 치라고 한다. 그런데 역시 급하긴 마찬가지다. 두 번째 친 공이 처음 친 공과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간다. OB 다.


   “역시 안되네!”


   추 사장은 멀리건을 쓰고도 볼을 밖으로 내 보낸 것이 미안한지 겸연쩍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추 사장입니다. 부천에서 거리가 얼마 안 되길래 여유 부리고 오다 보니 중간에 트랙터가 앞서 가는데 추월할 수가 없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러셨군요.”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늦게 되면 ‘미안합니다’로 시작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미 협상의 주도권을 뺏기고 시작하게 된다. 약속 시간에 늦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캐디가 거리를 내는 아내의 드라이버 샷을 보며 엄지 손가락을 올린다. 캐디의 엄지 척에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이 보였다 사라진다.


   김여사의 스윙 폼이 아주 어설프다. 풀 스윙을 하지 못하고 드라이버를 반만 스윙한다. 거리가 짧게 떨어지면서 오른쪽 벙커로 굴러 들어간다.


   “당신이 나보다 낫네요.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어요.”


   추 사장은 김여사의 드라이버 샷이 그래도 잘 갔다고 격려한다.


   “이 사장님, 저의 집사람이 골프 시작 한지가 3개월밖에 안됩니다. 저는 한 1년 되었어요. 백 돌이 부부입니다. 오늘 저희는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추 사장은 자신과 김여사의 실력을 드러내 놓고 도움을 구한다.

   자신의 나약함이나 부족한 부분은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부부는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다.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고 하는 추 사장 부부가 괜찮아 보인다.


   요즘 회사에서 강조하는 피드백을 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롭게 개발된 인사고과 시스템을 통하여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피드백을 해 달라고 요청을 하면 피드백 요청을 받은 사람은 시스템에 자신의 피드백을 적어 넣는다.  그러면 자동으로 그 피드백 내용이 시스템에 저장되면서 나와 고과자인 상사가 공유하게 된다.


   ‘추 사장이 피드백을 달라고 했으니 피드백을 주어야 하나?’


   김여사는 벙커에서 한 번에 탈출을 못하고 공이 여전히 벙커에 남아 있다. 추 사장이 김 여사에게 다가가서 벙커 샷에 대하여 코칭을 해 준다.


   “나이스 탈출! 잘했어!”


   추 사장은 김 여사가 샷 만하면 ‘굿 샷’과 ‘잘했어’를 연발한다. 듣기에 나쁘지 않다. 추 사장은 OB 티에서 그린 앞 에지에 떨어뜨린다.


   “여보, 잘했어요. 올라가는 줄 알았어요.”


   김여사도 추 사장 못지않다. 부창부수다. 서로 잘했다는 격려가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아내의 공은 홀 컵에 거의 붙는다. 첫 홀부터 버디를 기록한다.


   캐디가 다시 한번 엄지 척을 날린다. 첫 홀에서 6 천 원을 털렸다. 타당 천 원짜리에 버디 값 오천 원으로 했는데 가볍게 첫 홀에 버디를 한다. 기분 좋게 버디 값까지 받은 아내는 무척 즐거운가 보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추 사장은 트리플 그리고 김여사는 더블로 막는다. 초보인 김 여사는 퍼팅 거리감이 좋다. 어프로치하고 투 퍼트로 막는다.


   “야, 당신 퍼팅이 좋은데!”


   추 사장은 더블을 하는 김 여사의 퍼팅을 칭찬한다. 전체 샷 중에서 제일 잘 한 부분을 강조하여 칭찬하는 것이 마음에 와닿는다.


   아내가 두 번째 홀에서 드라이버를 치려고 두 번 빈 스윙을 한다. 옆에서 바라보던 추 사장이 김여사에게 작은 소리로 드라이버 샷에 대하여 코칭을 한다.


  “저 사모님 봐봐, 백스윙을 충분히 하잖아. 당신은 반 밖에 안 돌리고 있거든. 이따가 샷을 할 때는 어깨를 더 돌려서 쳐봐. 그러면 거리가 더 나갈 것 같아.”


  “알았어요.”


   김 여사는 추 사장이 말 한대로 어깨를 충분히 돌리면서 스윙 연습을 한다.


  “오. 굿 샷! 잘 쳤어요.”


   김 사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의 코칭대로 김 여사가 드라이버 샷을 해서 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한다. 김여사도 본인의 샷을 믿지 못하겠는지 얼떨떨한 표정이다. 공이 떨어져서 구름도 좋다. 잘 갔다.


  “당신이 치라는 대로 어깨를 더 돌린다고 생각하고 쳤더니 잘 갔네요.”


   김 여사는 공이 잘 맞은 이유를 추 사장에게 돌린다. 골프 실력은 백 돌이 일지 모르지만 칭찬 실력은 완벽한 싱글이다.

 

   추 사장 부부가 우리 부부에게서 골프를 배우는 동안 우리 부부는 추 사장 부부에게서 서로를 칭찬하는 것을 배운다.


   간단하지만 언제, 무엇 때문에 감사하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어서 격려의 피드백을 한다. 보상까지도 곁들여서 하는 칭찬과 격려는 추천할만하다.


   18홀을 다 돌고 짐을 정리하는데 추 사장이 인사를 한다.


   “사모님, 제가 라운딩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같이 라운딩을 한 여자분 가운데서 가장 폼이 멋지세요. 그리고 거리도 제일 많이 나가시고요. 오늘 저의 집사람도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추 사장은 마무리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서 추 사장 부부에게 피드백을 안 해 줄 수가 없다.


 “오늘 김 여사님 드라이버 샷이 달라지던데요.  백스윙을 충분히 하고 드라이버 스윙을 하니 후반으로 갈수록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저희하고 함께해서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그리고, 두 분이 서로 격려하면서 라운딩 하는 것을 보면서 저희도 많이 배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뵙겠습니다.”


‘찾아보면 누구에게나 한 가지 장점은 다 있다.’

그 장점을 살리도록 도와주는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오늘은 칭찬으로 누구를 춤추게 만들까?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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