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떨어진 날 미래의 내게 쓴 편지
안녕, 나.
누군가에게 뭘 부탁하고 거절당하는 건 가슴 아프다. 내가 너무너무 원했던 기업이 나를 거절하는 건 길고 긴 짝사랑 상대에게 고백했다가 차인만큼이나 아픈 거였다.
특히 서류가 아니라 면접에서 나를 밀어낸 건 더 그랬다. 사진 보고 예쁘다고 만나 놓고 실물 보고 거절한 잔인한 소개팅의 결과였다.
나는 면접에 자신있었다. 그건 일종의 자만이었다고도 생각한다. 아니, 자만이었다.
난 멍청한 소리를 해댔다. 날짜를 잘못 기재했고
제대로 시정하지 않았고, 센스 있는 대답을 해야 할 때 FM 식 대답을 늘어놓았다.
스스로에게 죄인이 되어, 어찌할 줄 모르고 눈물만 흘리며 애원한다.
네가 오랫동안 원해 오던 일을 원하던 미래를 내가 그 한순간에 망쳐버려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이제 더 잘할게. 그것보다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줄게.
미안해
과거의 모든 나들이 엉엉 울면서 무릎을 꿇고 애원한다. 얼굴 없는 나의 옷자락을 잡고서.
미안해. 내가 다시는 너에게 상처 주지 않을 거라 했는데 미안해.
그렇지만 그토록 가고 싶던 한양대를 못 가도 다른 삶이 있던 것처럼 이곳을 못 가게 되어도 또 다른 삶이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 했던 또 다른 세상이 있고 그곳에 있게 될 나를 내가 노력해주겠다. 내가 찾아내서 잡아내서 너를 더 높은 곳에 올려두겠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안녕 나.
이직을 마치고 조금 여유가 생겨 이제야 회신을 한다.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위로가 있는데, 그건 사실 나를 향한 위로였어.
"지금 안 된 건 결국 다음에 더 잘되기 위한 거야. 지금 됐다면 넌 다음에 생각도 못 할 더 좋은 기회를 잃었을 거야. 모든 일들은 돌아보면 다 이유가 있더라"
내 위로에 내가 보란 듯이 증명하게 되어 기뻐. 결국 나는 원하던 곳보다 더 좋은 곳에 이르게 되었어.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라.
모든 아픈 일들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더 나아지기 위해 거절해야 하는 혹은 거절당해야 하는 기회들도 있었던 거지.
나는 원하던 것을 얻었지만 전혀 완전하지 않아. 고민은 멈추지 않고 더 얻고 싶은 것 투성이야. 그런 와중에 너의 글을 보고 잠시 위안을 얻는다.
그래도 나는 꾸준히 무언가를 주워 담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구나.
네가 힘들었던 만큼 나는 여기서 안정감을 느끼고, 또 만나게 될 나를 위해 허리 굽혀 살고 있어.
또 보게 될 나를 기다리며, 이만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