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
사랑이 뭘까?
질문이 너무 오글거려서 답하기도 힘들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두근거림 같아.
나는 사사로운 일에 설렘을 느끼지만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아니야. 사랑은 설렘에 가깝지만 설렘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리고 나는 이성보다는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에서 더 큰 사랑을 느껴.
살다 보니 내가 이성 간의 사랑에 굉장히 무디고 무관심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더라.
그런 내가 너와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신뢰인 것 같아. 네가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나를 안전하고 평온하게 만들어.
누군가를 온전히 믿을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중요하다고 믿어. 긴 시간만큼 본질을 밝히는 공정한 재판은 없지. 나는 순간의 감정이 얼마나 쉽게 휩쓸리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긴 시간 동안 네가 한결같다는 사실은 늘 나를 놀라게 해.
누군가 나에게 너를 사랑하냐고 물어본다면 난 쉽게 입을 열 수 없을 것 같아. 편안함은 두근거림과는 다른 거잖아.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내 친구에게 내가 널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종종 이야기해. 설렘이 사랑이라는 나의 이해가 잘못된 건가 자문하지만 나는 아직도 답을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이 감정에 대해 오늘도 물음표를 던지고 순간마다 새로운 정의를 한다는 건 아직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건가 봐.
만물의 창조자가 이성 간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속시원히 내려준다한들, 그게 결혼 - 평생을 함께 살 사람을 선택할 때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걸까?
우리 엄마 아빠는 이성적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시간보다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는 사랑이 더 길었던 것 같아. 감정이 변질되어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하는 거겠지.
내가 신이 아니기에 세상의 진리를 알 수는 없지만, 나의 작은 세상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어.
사랑은 신뢰가 아니지만, 사랑할 대상은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오 분 뒤에 먹을 점심메뉴도 순식간에 뒤바꾸는 사람이기에, 이 정의도 마구 구겨서 휴지통에 처넣을지도 몰라. 그래도 오늘은 이렇게 생각하며 네 옆에 나를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