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문장

오늘의 기분

by 소근

중심 문장은 대개 맨 앞이나 뒤에 있다.


나는 이 사실을 국어보다는 영어 지문을 풀면서 많이 배웠다. 중심 문장은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진의이다.


나는 통 중심 문장 찾기, 요약하기가 힘들었다.

모든 말이 중요하고, 필요하니까 썼겠지!


나는 늘 이렇게 문제와 입씨름을 하다가 이상한 답을 골랐다. 성인이 되어 토익 학원에서도,


"이건 왜 답이 될 수 없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이 말도 맞잖아요."


라고 질문을 하여 강사들의 한숨을 유발했다.



내가 이런 쪽에 취약한 이유를 40만 원 후반쯤 되는 정밀 검사를 받은 후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문제의 중요도와 사건의 순서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이들의 특징이라고 의사가 답했다.


선천적 문제와 집중력의 결함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의 답을 들으며, 나는 48만 원짜리 사주풀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군가의 진짜 의도를 알고 싶으면서도, 그가 말하는 모든 이야기를 다 안아주고 싶다.


머리를 굴리고 귀를 쫑긋 세워서 나 혼자 의도를 찾으려 그의 말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들리는 그대로 듣고 싶다.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 한대로 그는 나에게 설명을 덧붙일 테고, 중심 문장이 없어도 온전히 이해한다면 그는 나로부터 위로를 받을 터다.


내가 중심 문장을 잘 찾지 못하는 만큼 내 글과 말도 횡설수설하지만, 누군가는 이 횡설수설한 문장 속에서 내 다채로운 머릿속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글인지도 모르겠고 정리가 잘 되어있지도 않기에 굳이 몇 번이나 글자들을 되새기면서 이 속에서 진의를 찾기 위해 헤엄치지 말기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보다 지극히 단순화된 세잔의 정물화가 사물의 본질을 투영하고,

우아한 고전 시대의 인물화만큼이나 프란츠 클라인의 마구잡이로 칠해진 작품에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완벽하게 다듬어진 문장처럼 서툰 아이들의 시와 생각의 흐름대로 쓰인 글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