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과정

나로부터 멀어지기

by 소근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나로부터 한 걸음씩 멀어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욕심이 많던 나는 좋은 곳 화려한 곳에 가고자 애썼다.

그 장소, 그 내부에 비집고 들어가야만 성이 찼다.


어느 날 평범한 하루가 지나고 문득 내가 쓴 일기들을 넘겨보다가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는데


나는 이제 화려한 곳 속에 속하기보다 그곳을 한눈에 잘 담을 수 있는 반대편을 찾고 있던 것이었다.


이제는 화려하기보다 조금은 어둡고 소박한 곳에 잠시 쉬어간다. 이곳에서 반대편에 반짝이는 야경을 한눈에 담고 그 자체가 가지는 경의로움을 상상한다.


경험하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뭐든 이상을 넘어선다는 건 힘든 것이기에, 껍질 속 달콤한 과육을 헤집고 다니다 흉측한 벌레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겁쟁이가 되어가며 나는 나로부터 한 걸음씩 멀어지고 내 삶을 조금씩 양보해갔다. 문득 인간은 왜 내가 속한 장소를 한눈에 담을 수 없는지 고찰한다.

결국 내가 눈에 담고 싶은 풍경은 그곳과 멀리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가장 아름답다.


가까이서 아름다운 대리석 기둥을 훑다가 지저분한 흠집과 먼지를 마주할 때, 나는 현실을 깨닫는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존재가 빛이 나고 모두가 그 사람을 좋아했다.


조금은 질투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가 될 수 없음에 조금은 속상했을지 모른다.


한 걸음 걸어 나가자, 그 사람이 내 삶의 귀인임을 인정했다. 그제야 그녀를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양보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장 달콤한 과즙을 만끽하며, 화려한 샹들리에와 높은 천장 아래에서.


어쩌면 그게 진정한 성공이자 행복일 수 있겠다. 가끔은 그런 삶이 부럽다.


그래도 먼 곳에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버린 후이기에, 나는 또 한 걸음 나로부터 멀어진다. 압도적인 장관에 속한 나의 모습은 너무나 작고 초라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어른이 되기 위해 나는 나로부터, 그 화려한 곳으로부터 한 걸음씩 멀어진다. 그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한지는 결국 그곳으로부터 멀어졌을 때 비로소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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