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순간 어른이 되었다

나의 일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들

by 소근

20190704

언제까지나 같이 철 없이 늙어갈 거라 생각했던 친구가 어느새인가 차분한 목소리로 어른스럽게 아니, 어른이 되어서 여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 둘이 놀기에는 힘들다고 그랬다.

늘 나보다 철없었고 바보 같고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쉽게 잊고 쉽게 기억하곤 했다.

서운하다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여자 친구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고 늘 그랬듯이 사귀는 사람이 있는 친구와 분란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것보다는 담담하게 나보다 한걸음 앞서서 어른 이야기를 꺼내는 네가 너무 멀고 낯설어서
나는 그냥 저 멀리 동떨어져 아직도 술독에 빠진 스무 살 언저리의 철없는 애 같아서. 날 두고 가는 것만 같은, 혼자 도태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너는 어른이 되었을까.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너희들은 언제부터 거기로 가던 걸까.

이런 밤이 오면 정말 슬퍼진다. 이 순간에도 나는 어른이 되어감을 느끼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괴리감에 찌든 부적응자를 어색해하며. 이 비극을 인정해야 할지 혹은 이렇게 부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위로가 되지 못해서 그냥 잊으련다. 내일이 되면 또 내일의 어제처럼 살겠지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