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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작 Sep 16. 2023

스포츠작가가 왜 LOL(롤)을  공부해야 하는가?

e-스포츠, 방구석 취미가 아닌 스포츠로

꽤 오래전 지인의 부탁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진로 상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스포츠분야의 일을 하고 싶은 친구들과 부모님들의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시키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이 일을 하면서 스포츠의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던지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고, 나는 재능기부라 생각하고 (물론 소정의 출연료를 받긴 했다) 강연에 임했다. 당시 나는 초등학생의 엄마였기 때문에 아이가 새벽부터 프리미어리그를 보느라 학습에 차질이 생긴다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어릴 때부터 TV를 보고 스포츠를 접했고 그게 경기장 직관으로 이어지고 이게 꿈이 되고 인생이 된 사람인지라 청소년들에게 꿈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자녀에게 생겼다는 건 오히려 기뻐해야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때였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나에게 닥치치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오만이 섞인 생긱이었다는 걸 멀지 않아 알수 있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슬슬 대학입시가 걱정이 될 무렵, 나는 우리 아이가 꽤나 오랜시간 엄마 몰래 컴퓨터 게임에 시간을 할애한다는 걸 알게 됐고, 이 문제는 대학을 가서도 갈등의 요소가 됐다. 물론 엄마가 아무리 감시를 하고 잔소리를 해도 아이들은 할 건 다 하고 산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ㅋㅋ

그래서 아는 것도 때로는 모르는 척, 또 때로는 모르지만 아는 척도 하면서 아이와 밀땅을 잘 해야한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또한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또 본인이 조절만 가능하다면 이 문제로 심각한 갈등까지는 끌고 가지 않는게 아이와의 남은 인생을 감안한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은 내가 강연을 했을 때나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아이와의 큰 갈등을 제공했던 게임,  그 중에서도  롤(LOL)로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나의 영역, 즉 스포츠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사실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스포츠영역 그 어딘가에 자리잡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나는 이걸 스포츠로 받아들이는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관련 뉴스가 분명히 스포츠 카테고리에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소개하는 단신이나 프로그램 주제로 다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랬던 나의 고민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정식종목으로 e-스포츠를 채택하면서 한방에 해결해줬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피파 온라인4, 스트리트 파이터 V 등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하지만 내겐 여전히 생소한) 게임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다. 아시안게임이 펼쳐질 중국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목 가운데 입장권을 복권 추첨 방식으로 판매하는 종목은 e스포츠가 유일하다고 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입장권 판매 사이트를 통해서 봐도 대부분 종목의 입장권 가격이 50위안이나 100위안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e스포츠만 400위안(약 7만3천원)에서 시작할 정도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있다고 하니 신생 종목인 e스포츠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건 확실해보인다.


그래서 나는 꼼짝없이 e-스포츠를 공부하게 됐다.  이 참에 왜 우리 아들이 LOL에 푹 빠져있는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롤드컵이라는게 왜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전 세계인이 즐기는 화합의 장이자 축제로 자리매김했는지 알아보자 싶었다.  방송을 하는 사람이니까 전문가를 모시고 방송을 하는게 뭔가를 배우기에 가장 빠른 방법이라 생각하고, 전문가를 무척 어렵게 섭외했다. 방송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획할 때는 방송 채널의 특성과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를 감안해서 내용과 출연자를 선택하는게 가장 중요한데, 게다가 e-스포츠는 대중화가 많이 됐다해도 방송측면으로 본다면 아직 마니아틱한 부분이 없지 않기때문에 전문가 섭외를 많이 신경써야 했고 그래서 무척이나 어렵게 전문가를 모시고 무조건 쉽게, 문외한인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달라는 당부를 끊임없이 한 후에 방송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원고를 쓰고 방송전체를 구성해야하는 작가가 아무것도 모를 수는 없으니 그때부터 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 내용인지 질문은 제대로 한건지 모른채 원고를 완성해서 출연자와 주고 받았고 출연해주신 전문가는 기초지식을 전하는데 꽤나 애써주신 걸로 기억한다. 굳이 정리를 하자면, 롤은 각 팀마다 5개의 챔피언을 선택해 넥서스라고 불리는 적 팀의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전투를 펼치는 게임이라는 것,  상대 넥서스를 먼저 파괴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것, 그래서 5개의 포지션이 있고, 아이언부터 챌린저까지 실력별로 9등급으로 나눠진다는 것 등등 방송에 전할 수 있는 기초정보를 전달했고 나도 막연하게나마 왜 사람들이 롤과 같은 게임에 빠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가 책으로 하는 공부가 아닌 많이 보고 많이 해보는게 중요하듯, e-스포츠 또한 그렇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몸으로 하는 스포츠를 비디오 게임 형태로 한다고 생각하면 그 안에서 이뤄지는 협동심과 경쟁심, 그리고 개인기와 어우러지는 팀 정신 등등 흔히 아는 스포츠의 특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택한 것이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도 세대의 흐름과 변화를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이 맘에 들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e-스포츠뿐만 아니라 그동안 힙합 댄스로 생각됐던 브레이킹도 정식종목이 됐고 이 브레이킹은 파리올림픽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스포츠의 길을 걷게 된다.


이렇게 스포츠작가가 롤도 알아야하고 브레이킹도 알아야하는 시대가 됐다. 또 앞으로 어떤 종목들이 스포츠영역으로 흡수될 지, 또 스포츠의 길을 걷고 싶어할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스포츠계는 전세계적으로 세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많은 새로운 종목들이 올림픽와 아시안게임에서 선보일 것이라는 건 확실해보인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속도에 발 맞추기가 갈수록 어려운 건 맞지만 그 흐름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싶다. 그리고 그 시작이 9월23일에 개막할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특히나 e-스포츠나 브레이킹은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처럼 우리에게 많이 노출돼 있지 않은 만큼 이 종목들의 매력을 느끼기 위한 시작이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진입장벽이 많이 낮춰지고 있으니 변화를 두려워하는 분들도 용기내서 그 문을 한번 열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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