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윰작 May 31. 2023

응원하는 팀이 없는 행복

올해는 롯데다!

언제부턴가 나는 열렬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졌다. 어릴때부터 좋아하는 팀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 경기장을 다녔고 덕분에 스포츠전문작가의 일을 하고 있으면서 응원하는 팀은 없다니 말이 되나 싶지만 사실이다. 

아니 응원하는 팀이 없어졌다는 게 맞는 말일듯. 미디어석에 앉아 응원석의 팬처럼 응원하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이 일을 하면서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필터없이 드러내는 건 작가가 아닌 팬으로 경기장을 찾을 때,  아니면 눈치 보지 않고 애국심을 드러낼 수 있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A매치들을 직관할때지만 그마저도 아주 조심스럽게 작은 박수와 혼자말처럼 옹알거리며 내는 조용한 목소리가 내 응원의 전부일 뿐이다. 이건 내가 꿈꾸던 삶은 아니라며 속상해지는 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경기장과 선수들 가까운 곳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점, 그래서 어릴 적 농구경기장에서 농구화를 신지 않아도 코트안에 들어가 선수들을 만나던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을 이뤘다는 점,  그리고 나의 노력으로 (물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가 만나고 싶은 선수들을 방송국으로 초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 등등의 이유가 있기에 응원하는 팀이 없고 맘껏 응원할 수 없는 아쉬움들은 모두 잊으며 산지 오래다.


그래도 응원 욕구를 참을 수 없는 내가 그나마 찾은 방법은 응원하는 팀을 마음 가는 대로 정하는 것.  꼴찌의 반란이나 한화팬들의 한풀이를 바라며 한화를 응원하기도 하고, 한 외국인 선수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말에 프로농구 전자랜드를 응원하며 휴직과 동시에 직관하기도 하고,  김연경 선수의 완벽한 은퇴를 기원하며 흥국생명을 응원하기도 하고. 그렇게 응원의 동기를 내맘대로 정해놓고 경기를 즐기는게 나만의 방식이다.


올해는 롯데로 정했다. 롯데가 좋아졌다기 보다는 사직구장을 가보고 싶어서라는게 더 타당한 이유일듯도 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곳이 바로 부산이다. 중고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나는 그곳에 살면서 농구, 배구, 축구. 야구 직관의 재미를 알게 됐고, 꿈을 키웠다. 단지 이런 추억때문도 아니고 어릴 때보다는 경기를 보는 눈이 생겼다는 이유로 롯데의 향상된 경기력을 분석해보겠다는 생각도 아니다. 그냥 즐기고 싶어서.  나도 사직구장에서  "마~~" 하는  함성을 함께 지르며 사직노래방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을에는 부산에 갈테다.  사직구장에서 가서 부산갈매기를 함께 부르며 열심히 놀다 올테다.  

이런 이유로 당연히 나는 롯데를 시즌 내내 응원하려 한다. 롯데! 가을야구 가즈아~


그런데 깜빡한 사실, 9월과 10월의 아시안게임.  재택도 휴가도 안되는 스포츠작가에겐 극성수기가 하필 ㅠ


 

작가의 이전글 한우물 파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