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과 나
오전 5시50분,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밤에 일정이 끝나는 방송작가가 이 이른 아침에 알람까지 맞춰놓고 일어나나 하는 생각도 할법 하지만, 나는 기꺼이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다소 이른 기상을 완료했다. 주방으로 가 따뜻한 우유에 커피를 내리고 바닐라 파우더를 넣은 바닐라라떼를 한컵 만들어 거실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나는 잘 떠지 않는 눈을 뜨고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만들었다. 오늘은 20세이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 나에겐 이런 날이 행복이다. 저녁에 보고 싶은 경기가 있으면 집에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것 처럼 즐거웠고, 새벽에 경기가 있으면 자고 나서 볼지, 안자고 보고 잘지를 행복하게 고민하며 그렇게 30여년을 보냈다. 학생 때는 그냥 팬으로, 스포츠방송 일을 하면서부터는 팬이자 나의 일로 그렇게. 모든 경기를 다 그럴수도 없고 굳이 경기를 안봐도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글로 보는 경기와 내가 직접 보고 쓰는 경기는 논할 여지 없이 차원이 다를 뿐더라 그 경기에 대한 원고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때론 나의 질문지 원고가 출연자들에게는 다소 어렵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그래서 그들은 한번더 취재하고 방송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이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신뢰가 쌓이고 그 케미는 당연히 방송의 퀄리티로 이어진다. 또 내가 이렇게 애써 시간에 맞춰 경기를 라이브로 보는 이유는, 우리 방송에 출연해주는 전문가들에 대한 나만의 예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의 전문지식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내가 글 몇자로 갖기 싫다는 생각, 그들이 경기를 보면서 분석하는 시간에 나 역시 적어도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 정도는 알고 원고를 써야한다는 의무감. 그것이 내가 한우물을 파고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 사람들에게 대해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디 축구 뿐일까. 딩대 최고의 농구해설가와 기자, 조손! 굳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농구팬들에겐 고유명사인 조손인 두 사람도 한우물 카테고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린 20여년전에 만났다. 길거리 농구 취재현장에서 손기자를, 손기자 통해 기자였던 조위원을. 셋다 참 열심이었다. 리포터였던 나는 그늘 하나 없는 길거리 농구코트에서 더위에 허덕이며 뭐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애썼고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농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농구전문지 기자들에겐 대중적이지 않은 현장에 와준 고마움 때문인지 선수들에 대한 정보며 시원한 음료며 룰까지 많은 걸 알려줬다. 그들을 위해 난 휴식시간 경차의 에어컨 바람을 한켠 정도를 내줬던 그 시절이 벌써 20년 전이다.
그리고 우린 작가로 기자로 해설위원으로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농구인기가 좋았을때도 아니었을때도 다시 nba가 mz세대의 놀이터가 된 지금까지도 난 그들을 리스펙하며 그들 또한 내 열정과 노력을 그 누구보다 잘 하는 이자까의 사람들로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그들이 20년 넘는 시긴동안 했던 노력, 조손 두사람에 머릿속에 가슴 속에 저장되고 축적된 농구 스토리와 역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지만 한우물을 파게 했던 농구에 대한 애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그 가치가 드러난 지금이 너무나 고맙고 행복하다.
100세 시대 직업이 두세번은 바뀐다고 하고 스포츠계만해도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분야에서 수십년 동안 굴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이 언잰가는 또 어디선가는 빛날 수 있길 바라는 게 욕심일까.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손 같은 분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지금도 한우물 파며 이 길이 맞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나의 바람이 응원의 박수로 느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