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았다, 다치고 나서야.
한참 과거로 기억한다. 여자농구 레전드 전주원 선수의 인터뷰가 있던 어느날, 전주원 선수는 부상을 당해 재활에 집중하고 있던 시기, 나는 전주원 선수의 근황이 궁금해 전화로 섭외하고 훈련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주원 선수는 농구코트가 아닌 스포츠센터로 나를 불렀고 나는 왜 농구코트가 있는 훈련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전주원 선수는 간단한 런닝으로 몸을 푸는 정도의 운동을 하더니 한쪽에서 계속 팔과 어깨 근육을 만들기 위함인지 밴드를 한쪽으로 계속 당기는 동작만 한참을 계속했다.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 장면이 너무 정적일 뿐더러 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그런데 전주원 선수는 "이 동작을 하루에 몇시간씩을 한다, 너무 지겹지만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해야 재활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 조금은 알수 있었다. 선수들이 왜 부상을 무서워하는 지를, 또 재활의 시간이 너무 지루하고 힘겹기 때문에 부상이 더 두렵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나는 그 두려움과 무서움을 몸소 체험 중이다. 운동을 하다 다치고 6주 깁스 후 물리치료 도수치료까지 열심히 재활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를 하다 다친 선수들과 나의 부상을 비교한다는게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스포츠계에 종사하는 나 조차도 선수들의 부상을 그저 시간 가면 낫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며 느끼는 계기다 됐다면 조금이나마 의미부여는 될런 지 모르겠다. 복숭아뼈 골절이 됐을 뿐이고 수술도 안받고 깁스의 불편함 정도가 다 였을 뿐이지만, 깁스를 풀고도 3주째 되는 지금도 치료 중일 뿐더러 여전히 자연스런 걸음걸이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냥 넘어지며 접질렀을 뿐인데 이 정도다. 서서히 걷는게 편해지고는 있지만 첫 걸음을 뗄 때는 여전히 나도 모르게 절룩인다. 몸은 다 나아가지만 아직 뇌에서는 또는 심리적으로 나는 여전히 부상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도 하다.
수술도 하지 않을 정도의 복숭아뼈 골절인데도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무척이나 힘들 뿐더러 내가 좋아했던 몇안되는 운동은 꿈도 못꾸고 있다. 도수치료사는 필라테스를 가볍게 하는건 가능하다고 하지만 몸을 쓰는게 무섭다. 골프를 치다 다쳐서 그런지 골프를 보면서는 다시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다시 칠 생각을 하면 역시나 무서운 마음이 먼저 든다. 이 정도의 골절로 일상으로의 복귀조차 이리 힘든데, 선수들은 어떻게 부상 후에도 그토록 치열한 경기를 제대로 된 폼으로 치러낼 수 있는 것일까. 그 기량을 그대로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는 것일까. 다친 지 두달이 넘도록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선수들은 재활 후 언제 부상이었는지도 모르게 뛰면서 몸싸움을 하고 골을 넣고 공을 차고 던지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도대체 얼마나 치열하게 재활을 하고 노력을 해야 가능한건 지, 나는 다치고 재활을 해보고서야 그 대단함에 놀라고 있다.
다쳤을 때의 허망함, 다치는 건 한순간이지만 치료와 재활은 너무나도 긴 여정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극복해야하는 무서움까지... 선수들은 몇번이고 겪었을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존경심만 들 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재활에 집중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팬들은 언제나 당신들의 복귀를 응원하며 기다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