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까_11편. 금주법의 시대, 시보네이

음악장편소설

by 김주영

금주법의 시대


1919년부터 미국에서는 금주법이 시작되었다. 술의 제조,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었던 법이 시행된 것이었다. 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청교도들이 유럽에서 지금의 미국 동부로 이주하여 나라의 기틀이 마련되었던 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여성들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지면서 정치인들은 그 동안 신경을 쓰지 않았던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고, 이전에는 몇 개 주에서만 실시되고 있던 금주법이 미국 헌법에도 금주 조항을 넣는 헌법 개정을 하여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1920년대에 금주법이 절정에 이와 더불어 술을 불법으로 제조, 유통하는 범죄조직이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급성장하였고 마약, 매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알 카포네를 우두머리로 하는 전국적인 범죄조직인 마피아가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쿠바 하바나는 이러한 금주법의 시대에 접어 들면서 술과 유흥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미국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호텔 등의 관광 사업에 투자한 사업가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러한 관광업의 호황은 금주법이 사실상 막을 내린 이후에도 지속되어서 1959년 카스트로와 체게바라의 쿠바혁명이 성공한 이후 미국과 국교가 단절될 때까지 계속 되어 왔다. 쿠바와 거리가 가까운 미국의 마이애미와 하바나 간의 음악가들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미국의 재즈음악이 하바나에서도 들을 수 있었고 전통 쿠바 음악도 조금씩 재즈의 영향을 받아 가게 되었으며, 쿠바음악들도 미국에 알려져 이후에 미국식 룸바, 맘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되었고, 특히 맘보는 미국의 영향 아래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과 춤이 되었다. 미국의 재즈도 쿠바의 리듬적 요소가 가미되어 라틴재즈라는 새로운 재즈장르도 생기게 되었다. 쿠바는 아프리카적 리듬과 유럽적 멜로디, 화성음악이 결합되어 새로운 음악이 형성되었던 곳인데, 미국과의 교류에서 또 한 번 음악적인 거대한 융합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반면에 쿠바 하바나는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미국인들에게는 마피아, 도박, 매춘, 관광의 천국으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늘도 저 녀석들이 또 왔네. 저 놈들은 음악 들으러 온 것이 아니고 여자들 꼬시러 온 잡것들이여."


봉수는 음악을 연주하다가 잠깐 막간을 이용하여 명학에게 말을 걸었다. 돈 많은 미국인들이 쿠바 음악을 들으러 클럽 뜨로삐까에 오는 일은 흔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여기 오는 외국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못 본 척 해요. 봉수형!"


"그냥 지들이 잠자고 있는 호텔에서 찾아 봐도 될 텐데 말이여. 이제는 그것도 양이 안 차는지, 요즘은 우리 클럽의 보컬들까지도 눈독 들이고 있더라. 정말 못 봐 주것네."


"그냥 봐도 못 본 척 해요. 저 놈들이 미국 마피아 단원들이라는 소리가 있더라고요. 여기 하바나에서 활개를 치고 다녀도 하바나 경찰들도 손을 못 대고 있는 자들이니, 우리도 조심해야 되요."


"그 소리는 나도 들었다. 우리를 쳐다보는 눈은 뭐 동물 보듯이 가소롭게 보더라고. 음악은 영 모르는 놈들이여. 뭘 먹고 저렇게 키도 크고 덩지도 산돼지처럼 큼직한지."


다시 음악이 시작되게 되자, 둘은 얘기를 그만두고 연주와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세상의 하늘만큼 높을지라도


심오한 바다만큼 깊을지라도


세상에는 어떠한 장벽이 없을거에요


나의 깊은 사랑은 부서지지 않으니까요


...


사랑은 우리 삶의 양식이죠


사랑은 신이 만든 컵이죠


사랑은 이름이 없는 그 무엇이에요


여자에게 남자들을 집착시켜 놓는 그 무엇


..."


https://youtu.be/Jyg3tQ831X4


마리아는 밴드 단원들의 연주에 맞춰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 갔다. 명학은 그녀의 노래 사이에 감미롭게 코러스를 넣어 주면서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길고 가는 목선은 그녀의 몸속에서 울려 나오고 있는 소리들로 인하여 아름답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늘은 미국 손님들을 위하여 재즈음악과 노래도 불러 주는 공연이었으므로 재즈음악에 맞도록 현대적이고 세련된 무대 의상을 마리아는 입고 있었다. 그녀의 긴 속눈썹은 가느다란 얼굴라인과 더불어 매력을 더 뽐내고 있었다. 푸르른 아이쉐도우 아래의 매혹적인 큰 눈은 지금 부르고 있는 '오브세씨온'(사랑의 집착)이라는 노래가사에 맞게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관객들은 그녀의 노래를 심취하여 음미하고 있었고, 다소 몽환적인 목소리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마리아를 보컬로서 돋보이게 하는 무대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녀가 빛이 나도록 명학은 코로스 가수로서 그녀에게 최대한 맞추어 주어 갔다. 스페인어로 부르는 쿠바 노래 몇 곡이 더 연주되었다.


다음은 미국인 손님들을 위한 재즈를 연주해 줄 차례였고, 재즈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들로 교체되었다. 피아노, 베이스, 클라리넷, 드럼, 색소폰, 트럼펫 등의 연주자들이 무대로 올라오며 자기들이 연주하는 악기들을 자리에 세웠다. 봉고와 마라카스 같은 쿠바 타악기 연주자들은 무대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는데, 아마 로드리게스 씨가 미국재즈에 실험적으로 쿠바 타악기 연주를 가미한 것으로 여겨졌다. 클럽 뜨로삐까의 최고 여자 보컬인 마리아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재즈 음악을 이어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재즈 연주자들은 쿠바인들이었지만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고 악기를 잠시 조율해 보았다. 잠시 후에 연주가 시작되었다. 마리아는 유명한 재즈곡인 '디나'를 세련되고 흥겹게 부르기 시작하였다. 멜로디와 리듬에 맞춰서 팔을 아름답게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은 그녀를 쳐다보는 관객들의 시선을 새롭게 사로잡고 있었다. 그들의 귀와 눈을 충분히 즐겁게 하고 있었다.


'캐롤라이나는 나에게 디나를 주셨죠

나는 제일 부러움을 받는 사람이에요

남부의 태양 아래에서요


​소식이 퍼지고 있어요

우리의 결혼에 관한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는 게 들려요

나의 가슴이 계속 노래하는 것이죠


​디나!

그녀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어요?

캐롤라이나주 안에서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보여 주세요!


​디나!

그녀의 남부의 눈동자가 이글거리고

나는 앉아서 뚫어져라 바라보죠

디나 리의 눈을요


그렇지만, 매일 밤마다

나는 두려움에 떨죠

혹시나 나의 디나가

나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바꿀까봐요


그러나 만약 디나가

설령 중국으로 방랑을 떠난다 해도

나는 바로 대양을 건너는 여객선에 올라 탈거예요

디나 리와 같이 있으려고요


디나!

그녀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어요?

캐롤라이나주 안에서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보여 주세요!"


https://youtu.be/J0rRbRZxLQM


미국인 관객들은 그녀에게 환호하며 휘파람으로 응원하고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노래 중간에 눈으로 웃음을 지어 주기도 하며 하얀 이빨을 살며시 드러내어 주기도 하였는데, 아름답고 경쾌한 재즈의 선율과 함께 마리아의 매력은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그녀는 '디나'라는 노래를 마치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서는 다시 흥겨운 재즈곡인 '푸른 하늘'이라는 노래로 이어 나갔다.


"푸른 하늘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어요

푸른 하늘 이외에는 보지 못 했어요


​푸른 하늘은 노래를 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계속 푸른 하늘일거에요


​태양이 저토록 밝은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일들이 저토록 잘 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하루하루가 서둘러 지나가는 것을 알게 되요

당신이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너무 빨리 지나가죠

푸른 하늘들, 모두 지나갔지만

앞으로도 계속 푸른 하늘만 있을거에요


푸른 하늘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지어요

푸른 하늘 이외에는 볼 수가 없어요


​푸른 하늘이 노래를 하죠

지금부터도 계속 푸른 하늘만 있을거에요"


https://youtu.be/hQMEF3gHztQ


객석에서 몇몇 미국인 연인들은 일어나서 그녀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었고, 앉아 있는 손님들은 자리에서 몸을 움직이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명학은 무대 옆의 대기공간에서 커튼 너머로 무대 위의 마리아의 공연과 환호하고 있는 손님들을 처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동안 마리아의 노래실력에만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이 흥분되며 뛰고 있다는 것도 뒤 늦게 알아 차렸다.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챈 봉수는 살며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 마리아가 예뻐 보이냐?"


명학은 봉수의 갑작스런 말에 놀라며 정신이 들게 되었다.


"예? 아.. 그게 아니고.. 노래를 너무 잘 하고 있어서 듣고 있었습니다. 영어도 잘 하네요. 재즈노래는 언제 또 저렇게 연습을 했는지..."


"야. 너 눈이 지금 평소와는 달라 보여. 임마! 너 지금 보니 마리아에게 완전히 반한 것 같다."


"아니.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요? 아니에요!"


"너하고 같이 산 세월이 몇 년인데.... 이놈아! 이 형님은 못 속여! 좋으면 좋다고 해라. 얼마나 매력적이냐?"


명학은 대답을 하지 않고 봉수의 눈을 피하였고 무대를 바라 볼 수 있는 커튼 뒤에서 내려 와서 급히 대기실을 나가 버렸다. 나가 버린 명학을 바라보며 봉수는 중얼거렸다.


"참 순진한 놈이여. 나이가 이제 먹을 만큼 한참 먹은 놈이 말이여! 아따! 그런데.. 우리 마리아가 노래를 정말 기똥차게 잘 허긴 헌다! 그리고 마리아가 불러서 그런지 미국 놈들 재즈라는 음악도 좋긴 좋다!"


봉수는 자신도 모르게 음악에 맞추어 어깨를 들썩거리며 입으로는 추임새를 넣어 가고 있었다.


명학은 건물 밖으로 나와서 거리의 모퉁이에 걸터앉았다. 가로등이 외롭게 그를 비추어 주고 있었다. 오늘은 자신이 할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여유로 와져 왔지만, 한편으로는 봉수가 자신을 놀리는 듯 한 말이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별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떨쳐 버리려고 했으나 조금 전까지 숨을 죽이며 지켜봤던 마리아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내가 왜 이러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 보면서 답을 구하려 하였지만 그럴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난 일 년 동안 마리아에게 보컬 교정을 받으면서 그녀의 혹독한 가르침으로 인해 조선에서 배웠던 소리들을 모두 잊어버리게 되었다고 어떤 때는 느낄 정도로 힘든 시간들이었다. 덕분에 명학은 이제 어느 쿠바 가수에 못지않은 실력을 갖게 되었고, 노래를 정확하게 부를 수 있을 만큼 스페인어도 완벽하게 교정되어 있었다. 정말 고마운 존재였던 사람이 마리아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오늘은 자신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생겨나고 있었던 것을 가로등 불빛 밑에 외롭게 걸터앉아서 계속 그는 부인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고 이제는 클럽 안에서 공연이 끝났는지 손님들은 서서히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건물 입구의 클럽 종업원들은 클럽에서 나오는 쿠바인들과 미국인들을 안내하기 시작하였고, 자동차 기사들은 자신들의 주인들이 밖으로 나오는 시간에 맞추어 클럽 입구에 차를 하나 둘 씩 대고 있는 중이었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 버렸네.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라고 명학은 중얼거리며 건물로 들어가는 다른 입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한쪽 편에 고급 승용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고, 백인 남자 세 명이 한 여자를 잡고 그녀와 다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야! 이 흑인 년아! 그렇게 비싸게 굴지 말고 조용히 차에 빨리 타란 말이야"


한 백인 남자가 영어로 외치고 있었다. 여자는 차에 타기를 거부하는 듯이 계속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있었다.


"오늘 우리 클럽에 노래를 들으러 오신 것이 아니었어요? 제발 그냥 가 주세요! 신사 분들이 이러시면 안 되지 않나요?"


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명학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그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저항을 하고 있는 여자는 마리아였고, 백인 남성들은 아까 봉수형이 말한 미국인 마피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순간, 명학의 등줄기가 몹시 오싹해졌다. 그냥 못 본 척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신의 몸을 위해서는 최선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움직여졌다. 그들에게 다가 갔다.


"신사분들! 오늘 많이 취하신 것 같아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 여자는 선생님들이 생각하시는 그런 여자가 아니고, 저희 클럽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입니다. 지금 어쩌면 많이 취하셔서 실수하시는 것 같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리아는 놀라며 명학을 바라보았고, 구세주를 만난 듯 한 표정을 지었다. 백인 남자들은 뒤에서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 온 남자를 쳐다보며 가소롭고 성가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쿠바 놈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야! 네가 신경 쓸 것 아니니까 지금 분위기 보고 꺼져 버려!"


"하하!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보네. 야! 너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인데……. 그냥 우리가 오늘 봐 줄 테니 조용히 사라져라!"


명학은 점점 더 험해져 가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이 영어로 말하는 내용이 거의 짐작이 되어져 갔다.


"그냥 총으로 쏘아 버려?"


"아냐! 그러면 귀찮아져. 이 쥐새끼 같은 놈쯤이야 주먹 한방이면 끝낼 수 있어!"


키와 덩지가 제일 큰 백인 남자가 명학에게 다가 오더니 갑자기 큰 주먹을 날려 버렸다. 한 대 맞고 명학은 길거리에 나 딩굴게 되었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명학에게 다가와 그의 멱살을 잡아서 위로 번쩍 들어 올린 다음에 다시 주먹을 연거푸 몇 대 날렸다. 다시 바닥에 쓰러진 명학에게 나머지 백인들이 달려 들어 구두로 차고 밟아 버렸다. 명학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급소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안으로 말아서 가슴과 배를 가렸고,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서 머리에 충격을 줄였다. 머리를 가리고 있던 그의 손도 발길질에 멍이 들어갔고, 그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마리아는 스페인어로 고함을 지르며 비명을 있는 힘껏 질러 대고 있었다.


"이 흑인 년이.... 너 조용히 안 해? 계속 소리 질러대면 너희 두 놈을 지금 당장 총 쏘아서 죽여 버릴 테야."


얼굴에 흉터가 있는 백인 남자가 험상 굽게 인상을 지으며 총을 꺼내어 마리아에게 다가 갔다. 그때 그녀가 지르는 고함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쿠바인들과 함께 다른 미국 손님들도 섞여 있었다.


"저 미국인들이 쿠바인들을 죽이고 있어요!"


누군가 외쳐대자, 계속 사람들이 몰려왔다.


"같은 미국인이지만 당신들이 부끄럽습니다. 쿠바인들에게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거요?"


어느 용감한 미국인 남자가 앞으로 나오며 영어로 말을 내 뱉었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게 되자, 마피아들은 자신들이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이봐! 오늘은 이쯤하고 그냥 가자고! 저 자는 미국 대사관 외교관이야! 골치 아파질 것 같으니 이 정도만 하자고!"


한 명이 동료 마피아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주위의 쿠바인들에게 눈을 부릅뜨며 고함쳤다.


"다들 사라져! 무슨 일 났어! 구경하러 왔으면 쇼가 이제 끝났으니까 다들 꺼지라고!"


"그리고 너희 둘은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라!"


그 중에서 두목인 듯이 보이는 백인 남자가 다른 이들에게 차에 타자고 말을 하였고, 명학을 구타하고 있던 다른 두 명도 동작을 멈추고 옷을 다시 고친 후에 승용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바로 차는 사고 현장에서 떠나 버렸다.


마리아는 명학에게 뛰어 가서 쓰러져 있는 그의 얼굴을 잡고 말하였다.


"안드레아씨! 괜찮아요! 설마 죽는 것은 아니죠?"


얼굴에 피를 흘리며 정신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 명학의 눈에 마리아의 얼굴이 희미하게 들어왔다. 그녀의 놀라고 흥분된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이 하나 둘씩 그의 얼굴에 떨어지고 있었다. 뜨거운 눈물에 담겨져 있는 그녀의 체온이 느껴져 오고 있는 가운데서 명학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명학과 마리아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클럽 안에서 봉수와 다른 연주단원들이 건물 밖의 소식을 듣고 달려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보네이


조선에 있는 고향의 마을풍경이 눈에 보였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땅에는 연두빛깔의 싱그러운 풀들이 돋아 올라오고 있었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노란빛의 개나리들이 초가집의 담벼락을 따라 피어 있었다. 어머니와 동생은 냇가로 빨래를 들고 걸어갔다. '어머니!'라고 외치자 어머니는 뒤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너 잘 지내고 있냐? 근데, 너 얼굴이 많이 변했구나. 그 동안 고생이 많았던 모양이다.'라고 말하셨다.

명학은 뭐라고 대답을 하고 싶었으나 입에서 전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모든 풍경이 사라져 버렸고, 태평양을 지났던 지난 시간의 어느 모습이 보였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밤이었고 바다는 시커멓고 거센 파도로 사람들을 무서움에 떨게 하였다. 배의 난간에 서 있던 어느 조선여자가 바다로 떨어졌다. 떨어지기 직전에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는 배에서 죽은 언년이 어머니였다. 명학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바다로 같이 떨어졌다.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는 물속으로 들어가니 거칠게 파도가 치는 물 위와는 다르게 너무 고요하였다. 갑자기 기분이 편안해져서 언년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계속 아래로 내려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순간 누군가 그의 웃옷을 잡아서 번쩍 위로 들어 올려 버렸다. 그는 물 위로 다시 올라 왔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그가 탔던 배는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 이제 죽는 것일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누군가 말을 거는 소리에 꿈에서 명학은 깨어났다.


"이제 좀 정신이 드냐?"


눈을 뜬 그의 시야에 봉수와 마리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무슨 꿈을 꾼 모양이네. 뭔 소린지는 모르겠는디. 한참동안 헛소리를 해버리더라. 이제는 꿈을 꾸면서도 스페인어로 하기도 하고 말이야."


"여기가 어디죠?"


"병원이야. 너 기억은 나긴 나냐?"


"아. 그렇죠. 그 마피아들에게 두들겨 맞았죠. 어찌나 때리고 차던지 나중에는 정신을 잃어 버렸던 것 같아요."


"의사가 천만다행이라고 하더라. 머리라도 다치거나 속 장기라도 상했으면 더 큰 일 생겼을 거라고 말이야."


"얼마나 시간이 지났죠?"


"사흘 지났어. 그 동안 마리아가 계속 너 옆에서 지켜 봐 주고 있었어."


그녀는 봉수의 뒤에 서 있었고, 명학의 얼굴을 계속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마리아! 고마워요. 병간호 해 주셔서요. 그런데,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그 미국인들이 마리아의 손을 잡고 힘을 엄청 주면서 당겼던 걸로 기억나요."


"저야 아무 다친 곳이 없어요. 제가 너무 감사해요. 그때 안드레아가 오시지 않았다면 저는 큰 봉변을 당했을 거에요."


"마리아가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명학은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였으나, 머리가 띵 해 오며 얼굴의 군데군데가 욱신거리며 아팠다.


"일어나지 마라. 명학아. 너 얼굴이 아직도 많이 상해 있다. 머리에도 피가 나서 붕대 감고 있어. 좀 어지러울꺼여."


"그래요. 안드레아. 아직 일어나지 말아요. 의사가 당분간 침대에 누워서 쉬며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혹시 뭐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세요. 제가 도와 드리께요."


"저 죄송한데, 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봉수가 움직이려 하였지만, 마리아는 재빨리 물병을 들고 물을 채우러 방을 나갔다.


"마리아가 너 걱정이 되어서 그 동안 한숨도 못 잔 것 같더라. 자기도 봉변을 당할 뻔 해서 많이 놀랐을 것인데. 혹시 명학이 네가 어찌 될까봐 마음이 굉장히 쓰였던 모양이여."


"아.. 그랬었군요. 어쩐지 마리아의 얼굴이 좀 휑하게 보이더라고요. 들어오면 이제는 걱정하지 말고 좀 잠을 자라고 해야겠군요."


"근데... 이 마피아 놈들 내 손에 한 번 걸리기만 해 봐라! 아주 죽여 놓을 것이여! 나도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께... 내가 총이라도 어디서 구해서 그 놈들 찾아 가서 죽여 버려야겄다. 너한테 이렇게 무자비한 짓을 핸 놈들이니까!"


명학은 봉수의 흥분된 얼굴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봉수형! 그러지 마요.. 그 놈들하고 똑 같이 해 버리면 우리도 뭐가 달라요? 다행히 마리아나 저나 더 큰 봉변을 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저는 감사해요."


"그때 사람들이 몰려 들지 않았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하였다. 저 무자비하고 무식한 놈들이 다시는 눈앞에 안 나타나야 될 건데 말이여."


마리아는 물병과 컵을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컵에 물을 따르고는 명학이가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대고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컵을 그의 입으로 가져다주었고 물을 다 마실 때까지 컵을 손으로 받쳐 주었다. 바짝 말라버린 목 안으로 물을 넘기면서 명학은 마리아의 눈을 바라다보았다. 동시에 그녀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둘은 서로를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명학의 심장이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마리아도 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 응시해 주었다. 그러는 둘 사이를 봉수는 눈치 채고 소리 내지 않고 슬며시 방을 나가 주었다. 마리아는 봉수의 입에서 컵을 내려놓은 뒤에는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 왔다. 그리고는 봉수의 입에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고 그의 온 몸으로 미세한 떨림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명학도 그녀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하바나의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주일 정도가 지났고 다음 날 오전에는 퇴원할 예정이었다. 그날 오후에는 로드리게스 씨가 명학의 병실에 나타났다. 마리아와 명학은 병실 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그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드레아씨. 내가 너무 늦게 찾아 왔군요. 미안해요. 내가 일 때문에 여행하던 중에 사고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는 하바나에 다시 와서는 사태를 좀 수습해야 되었어요. 아무튼, 많이 다쳤는데, 이렇게 회복되었으니까 천만 다행입니다. 안드레아가 그때 용감히 나서 주셨으니까, 마리아도 큰일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마리아는 우리 클럽에서 오래 동안 일해 왔기 때문에 저희 클럽 직원들이 모두 그녀를 아끼고 있죠."


"저야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그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는가요?"


"사건이 있었던 그 날 현장에서 미국대사관 고위 관료가 미국인들의 폭행 사건을 직접 목격한 모양이더군요. 아무리 마피아라고 해도 자기 나라 관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아. 다행이네요. 혹시 다시 찾아 와서 우리 클럽이나 마리아에게 행패를 부릴까봐 사실은 걱정하였습니다."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 마피아들이 하바나에서 사업에 많이 손을 대고 있으니까, 당분간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음..."


로드리게스 씨는 잠깐 뜸을 들였다. 그의 시커먼 선글라스는 그의 표정이 굳어지자 약간 얼굴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말입니다. 마리아와 안드레아씨는 어느 정도 시간 동안은 우리 클럽에서는 일을 그만 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저의 말에 오해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호텔, 카지노, 클럽들은 거의 마피아의 영향력 안에 있습니다. 우리 클럽은 그들 소유는 아니지만 그들의 입김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들의 눈을 당분간 피해 있는 게 최선입니다. 내가 쿠바인들만 드나 드는 다른 클럽에 자리를 마련해 놓을 테니까 거기서 음악을 하도록 해요."


마리아는 이러한 로드리게스 씨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하바나의 유흥시설의 현실을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난 후, 명학은 대답을 하였다.


"네.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일이 로드리게스 씨가 하시는 사업에 지장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마리아에게도 또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를 원하지 않고요."


"감사합니다. 제가 하는 사업은...음.. 워낙 그런 자들의 영향이 미치는 영역입니다. 저는 사실 음악가이지, 사업가로는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밴드 단원들의 생계를 챙겨 줘야 해서 이런 일 저런 일에 관여하면서 언제부턴가는 이렇게 사업가로 변해 버렸네요. 그런데, 제 마음 속은 아직도 음악 하는 영혼이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음악 하는 사람들이 더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기도 하구요..."


그는 방을 나섰고 다음 날에 사람을 보내어 그 동안의 병원비를 모두 계산해 주었다. 그리고는 다쳐서 그동안 일하지 못한 기간들의 봉급도 모두 계산하여 명학에게 주었다.



며칠후 클럽으로 돌아 온 명학은 건물 안에 있던 자기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봉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봉수형! 저는 이제 이 클럽에서 나가야 되요. 형은 여기 남아서 계속 연주하도록 해요. 여기가 돈도 많이 주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많아서 힘들어도 도움이 될 거에요."


"야. 명학아!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하고 있냐? 우리가 같이 지낸 시간들이 얼만데? 나가면 같이 나가는 것이지. 너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나도 같이 따라가려고 마음먹었다. 로드리게스 씨에게 얘기하니까 이해하더라. 네가 일하게 될 곳에 내 자리도 같이 알아 봐 줬어."


명학은 눈물이 흘렀다.


"봉수형! 고마워요. 나 따라 나가면 고생일 수도 있을 텐데.. 여기서 고생하며 적응했으니 앞으로는 편하게 살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내 나이에 이제 뭘 그리 욕심 낼 것이 있것냐? 그리고 너가 나가면 내가 여기서 혼자 무슨 낙으로 살 수 있것냐? 그러니까, 이제 아무 소리 말고 같이 가는 거여. 알겄냐?"


명학은 그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짐을 싸들고 방을 나와 클럽 안 무대 쪽으로 걸어 나왔다. 로드리게스 씨와 클럽의 단원들, 종업원들은 오늘이면 클럽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될 마리아와 명학, 봉수를 위해 모여 있었다.


"안드레아, 미구엘! 이리로 와요."


사람들은 둘에게 말하였다. 그들은 간단한 다과를 차려 놓고 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리아는 명학을 바라보았다. 명학도 그녀의 시선을 응시하며 그들에게 다가 갔다.


'그 동안 많이 정들었는데 떠난다니까 너무 슬퍼요."


"저희들이 하바나를 완전히 떠나는 것도 아닌데요. 다른 클럽에 가서 음악을 계속 할 예정입니다."


"네. 우리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일이 없는 주말 저녁에는 그 클럽에 가거든요. 외국인들은 없지만, 하바나에 있는 쿠바인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는 곳이에요. 오히려 여기보다 음악과 춤을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어요. 그 곳에서 볼 수 있다니 저희들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클럽 종업원 한명이 말했다.


"마리아. 안드레아. 미구엘!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리를 위해 음악을 들려줘요."


누군가 이렇게 외치자, 다른 이들도 따라서 그렇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요. 그렇게 해 주세요. 오늘은 저도 오랜만에 연주를 해 보겠습니다."


로드리게스 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시켜서 자신의 기타를 가져 오도록 하였다. 그의 쿠바식 기타인 뜨레스가 도착하자, 그는 뜨레스를 들고 무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뜨레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연주를 하였다. 명학은 그가 직접 연주하는 것을 처음 들었지만, 그의 연주 실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나는 원래 뜨레스 연주자였습니다. 작곡도 하고 있죠. 오늘 떠나는 분들과 같이 연주를 해 보고 싶습니다."


다른 단원들도 무대에 자리를 잡았고, 명학과 마리아, 봉수도 무대에 올라갔다. 모두들 악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저마다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다가 잠시 후에 멈추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명학에게 말했다.


"시보네이 기억나요? 그 노래를 같이 부르죠."


명학은 마리아를 바라보며 알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다른 연주자들에게 곡명을 말해 주었고 연주가 시작되고 난 후 마리아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곡의 초반부는 봉수가 볼레로 리듬을 봉고로 단독 연주해 주었다.


"시보네이!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의 사랑을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시보네이! 당신의 입안은 꿀로서 달콤함이 들어 있어요

저에게 오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저에게는 보물과 같아요


시보네이! 영혼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당신을 생각해요

시보네이! 내 꿈에서라도. 내 목소리에는 어떤 불평도 없어요

시보네이!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사랑으로 죽을 거예요


시보네이! 내 꿈에서도 당신을 간절히 기다려요

시보네이!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사랑으로 죽을 거에요


나의 크리스탈과 같은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어 보세요

그것은 쉽게 잊어지지 않습니다.

...."


마리아와 명학은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노래가 끝나자 연주자들 및 무대 아래의 클럽 종업원 모두가 박수를 쳐 주었다.


https://youtu.be/RRJHSsKbZHI

* 시보네이(Siboney)는 쿠바 볼레로 곡이며, 왕가위 감독이 만든 화양연화의 후속작인 2046라는 영화의 ost로도 사용된 곡이기도 합니다.


"아주 훌륭해요! 우리 클럽은 이제 아주 우수한 가수 두 명을 한꺼번에 잃게 되었어요. 누군가 다시 그 자리를 채울 것이지만, 두 분의 자리를 쉽게 이어가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로드리게스 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아직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작곡한 노래를 오늘 이 자리에서 떠나는 세 분을 위해 불러 드리겠습니다. 제가 원래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노래는 잘 부르지 못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용기를 내어서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리아, 안드레아, 미구엘! 여기를 떠나지만 절대로 이것이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언젠가 우리는 다시 보게 될 것이니깐요. 그리고 다른 클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하겠습니다."


그는 뜨레스를 천천히 연주하기 시작하였고, 조금씩 속도를 붙여 갔다. 단원들은 그의 연주에 맞춰 합주를 해 주었다.


"들어 보세요. 과히라 노래를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달콤한 소리이죠

....

아버지는 나에게 이만한 소리는 없다고 말씀을 해 주셨죠.

...."


그는 그의 미발표 곡인 '룸바 과히라'를 처음으로 들려주었다. 그의 곡 중간부터 후반부까지는 새로운 멜로디와 리듬의 구성이 들어 있었다. 마치 말을 타고 달리는 듯 한 경쾌하며 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https://youtu.be/6BkSojS2OcA


"지금까지의 곡 구성과는 뒷부분이 좀 달라진 것 같은데, 그 차이를 만드는 부분이 뭐였죠?'

연주자들은 그에게 물어 보았다.


"나는 이 구간을 몬투노라고 부르고 싶다네. 음악에 다소 변화를 주기 위해 내가 노래 중간부터 멜로디와 코드, 그리고 리듬도 변형시켰다네. 좀 흥분을 고조시키게 만들었어. 후반부 마지막에 가서는 절정에 달하도록 구성을 짰다고 생각하면 된다네."


연주자들은 로드리게스 씨에게 상세한 질문을 계속하여 던지고 있었고 그들의 진지한 대화는 끝날 줄 몰랐다. 그런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마리아, 명학, 봉수는 천천히 클럽을 걸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입구의 종업원들이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잠시 후예 세명은 하바나의 거리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