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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루시아의 고도(古都)코르도바

마드리드에서 코르도바(Cordoba)로

by 김주영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오후 2시 5분에 출발한 고속열차는 오후 4시에 코르도바역에 도착하였다. 기차문이 열리며 플랫폼에 내렸다. 마드리드에서 경험했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코르도바의 더위는 공기부터 다르다고 말했던 공항 택시기사 노인분의 말이 바로 생각났다. 마치 건식 사우나 안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구글이 현재 43도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코르도바가 스페인에서도 제일 더운 도시 중 하나인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도 하루 중 제일 더운 시간이다.

역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택시 승강장 위치를 확인하고 거기로 이동하였다. 호텔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분에게 "아쎄 무쵸 깔로르"(매우 덥네요)라고 운을 뛰우니, 맞장구를 치며 말을 시작하신다. 그나마 알아들은 것은 "미라! 아이 노 헨떼"(봐요! 사람들이 없잖아요).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에 만난 다른 택시기사와도 창문을 열고 대화를 나누신다. 오늘 얼마나 태웠냐, 지금 빈 차로 다니는 거 안 보이냐, 뭐 대충 이런 내용인 것 같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딸이 방 안에서 혼자 쉴 수 있도록 나는 그 무더운 날씨에 용기를 내어 밖으로 걸어 나갔다. 호텔의 위치와 시설이 좋다고 판단되었다. 우선 코르도바의 대표적인 장소인 메쓰끼따 사원이 바로 앞에 있었고, 도심과도 도보로 아주 가까웠다. 호텔 안의 정원도 아름다웠다. 40도 넘는 더위를 해치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약 300미터 길이로 보이는 다리를 건너 강의 건너편으로 가 보았다. 이 다리는 로마인들이 서기 2세기경에 처음 만든 것으로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다리를 넘자 처음으로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얼음 든 컵과 함께 콜라병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동년배로 보이는 현지인 남성이 담배를 피우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내가 너무 덥다고 운을 뛰우자, 맞다고 하며 저녁 되면 35도 밑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나더러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이라고 하니, 남쪽이냐 북쪽이냐 묻는다. 남한이라고 하니, 거기 아름답다고 가보고 싶다고 한다. 내 딸이 코르도바에서 공부한다고 하니, 그러면 너는 여기서 일하냐고 묻는다. 일하지는 않고 여행 중이라고 대답하고 이런저런 말을 더 나누다 헤어져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안 정원에서 쉬며 '이삭 알베니스'(Isaac Albéniz, 1860~1909)의 "코르도바"(Córdoba)라는 클래식기타 곡을 들어 보았다. 유명한 스페인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삭 알베니스가 작곡한 피아노곡들은 클래식기타 버전으로 대부분 편곡되어 주옥같은 명곡들로 남아 있다. 스페인의 여러 지방을 곡명으로 사용한 곡들이 있는데, 코르도바, 그라나다, 세비야, 아스투리아스가 대표적이다.

https://youtu.be/l6ru59tLb-I?si=x0LFoHWfjcHMpdpP

이삭 알베니스의 "아스투리아스"(Asturias)라는 곡도 아주 유명하다. 아스투리아스는 스페인 북서부 지방으로 바다에 접해 있는 고산지대이다. 곡의 초반부터 무겁고 빠르게 전개되는 분위기가 아스투리아스의 습하고 차가운 자연환경과 어울린다. 그런데, 곡의 형식과 구조는 스페인 남부인 안달루시아의 플라멩코에서 가져 왔다.

https://youtu.be/inBKFMB-yPg?si=qIMAu2Qd8wdLuEM7


저녁에는 딸과 같은 학교에서 이번에 교환학생으로 온 다른 여학생과 같이 세 명이서 식사를 하였다. 딸이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찾아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안달루시아의 대표 요리들을 시켜 주었다. 우리 입맛에는 그렇게 맞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사 먹기에는 비싼 가격이었다. 암튼 현지식 경험을 시켜 준 셈이었다. 딸보다는 두 살이 많은 언니였지만, 둘이 성격이 잘 맞아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두 명이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같이 살 집을 보러 다니고 개학 직전에는 결정한 집으로 이사할 것이고, 이후 계속 생활을 할 예정이다. 저녁식사 후에 세 명이서 도심거리를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후 각자의 숙소로 헤어졌다. 스페인에서의 두 번째 밤도 무사히 끝나서 감사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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